일러스트=박상훈 |
문(門)을 만들어놓은 집에 벌레[虫]가 산다고 해서 만든 글자가 민(閩)이다. 그 ‘벌레’라고 하는 것은 대개 뱀을 지칭하는 흐름이었다는 설명이 있다. 뱀을 가까이하거나 혹은 그 뱀을 먹고 산다고 해서 만든 글자일 테다.
이 글자는 지금 중국 동남부의 경제적으로 번성한 푸젠(福建) 지역 대부분을 가리켰다. 그러나 글자가 품은 뜻이 퍽 어두워 요즘은 잘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지역 바탕 문화를 가리키는 경우에는 곧잘 등장한다.
글자가 이 지역의 본래 인문(人文)이 지닌 정체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이 글자는 사실 멸칭(蔑稱)에 가깝다. 몽골을 무언가에 덮여 몽매하다는 뜻의 몽고(蒙古), 날랜 유목을 오랑캐 노예라는 뜻의 흉노(匈奴)로 적는 식이다.
이 지역은 아주 먼 옛적 북부 중원과는 혈통이 아예 다른 사람들의 땅이었다. 비에트(Viet) 계통이라서 그 한역(漢譯)인 글자를 하나 덧붙여 민월(閩越)로 불렸던 사람들이다. 그 민월의 일부가 오래전 제 땅을 떠나 옮긴 곳이 지금의 대만(臺灣)이다.
통일 왕조의 수탈과 통제 등이 싫어 약 300여 년 전 고향을 떠나 대만섬에 정착한 이들은 제 문화적 정체성과 민남어(閩南語)라는 모어(母語)를 잊지 않았다. 대륙에서 패한 국민당 정부 및 그 인원이 합류한 것은 1949년 ‘근래’의 일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떠나온 땅에 대한 미련을 끊은 지 오래다. 대륙을 떠난 이민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싱가포르가 그렇듯 이들도 독자적인 삶을 유지하려는 욕망이 강하다. 그런 맥락에서 분출하는 것이 대만 독립이다.
‘민월’의 정체성을 지닌 채 오래전 대륙을 이탈한 대만의 원심력(遠心力)은 요즘 더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전쟁까지 운위하며 대만을 붙들어두려는 중국 공산당의 구심력(求心力)도 드세다. 일본이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면서 대만해협에는 파랑이 훨씬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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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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