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박원주 기자] “기업들이 2~3년 전까지만 해도 투자와 임원을 늘렸는데, 지난해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선택과 집중을 하는 단계가 왔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재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그룹 총수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부회장단이 축소됐고, 그 자리를 인공지능(AI) 중심 기술 인재로 대폭 채웠다. 주요 그룹들은 50대 최고경영자(CEO)들과 3040 임원들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AI 경쟁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 부회장 ‘0명’ 체제…보좌 역할 필요성↓
4일 재계에 따르면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은 2026년도 인사를 통해 임원 규모 자체를 줄였다. 주목할 만한 게 부회장단 축소다. 삼성전자의 경우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박학규 사업지원실 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현재 삼성전자 내 부회장은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이 유일하다. LG그룹에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만 남았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단 4명을 전원 퇴임시켰다.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연말 인사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재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그룹 총수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부회장단이 축소됐고, 그 자리를 인공지능(AI) 중심 기술 인재로 대폭 채웠다. 주요 그룹들은 50대 최고경영자(CEO)들과 3040 임원들을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AI 경쟁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
롯데, 부회장 ‘0명’ 체제…보좌 역할 필요성↓
4일 재계에 따르면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은 2026년도 인사를 통해 임원 규모 자체를 줄였다. 주목할 만한 게 부회장단 축소다. 삼성전자의 경우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박학규 사업지원실 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현재 삼성전자 내 부회장은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이 유일하다. LG그룹에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만 남았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단 4명을 전원 퇴임시켰다.
산전수전 다 겪은 60대 부회장들은 주로 그룹 총수들을 보좌하거나 조언하는 역할을 했다. 부회장단 축소는 젊어진 총수들이 직접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다, AI에 따른 변화가 빨라지면서 현장형 기술 인재들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읽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전문경영인의 부회장 층은 얇아진 반면 총수의 부회장 층은 더 두터워졌다”며 “젊은 총수들이 전면에 적극 나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세대교체 가속화…‘기술통’ 배치로 경쟁력 집중
주요 그룹들은 그 빈자리를 50대 최고경영자(CEO)와 3040 임원을 전면에 내세우며 메우고 있다. 특히 과거 마케팅, 재무 전문가를 발탁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제조업 역량에 맞는 ‘기술통’ 인재의 중용이 대폭 늘었다. 국내 대표 전자기업을 이끄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현장 경험이 많고 잔뼈가 굵은 기술형 리더다. 대미 관세 등 전례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때라는 점을 방증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주요 그룹들은 과거 대부분 요직을 재무통들이 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리밸런싱(조직개편)을 크게 단행하고 있다”며 “결국 제조업은 숫자와 데이터에 집착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한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인사팀장 출신의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AI 메모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SK하이닉스는 미래 기술을 더 강화하기 위해 ‘수성’의 느낌으로 격차를 벌리려고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연구조직인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영입하면서 기초 기술을 강화하겠다고 한 만큼 기술 인재를 더 발탁하려고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SK그룹이 이날 임원 인사를 통해 새로 선임한 임원 중 1980년대생은 20%를 차지한다. 60% 이상이 40대다. 신규 선임 임원의 평균 연령은 만 48.8세로 지난해(만 49.4세)보다 젊어졌다. 지난 10월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는 승진자 80%가 4050 세대였다. 삼성전자의 승진자 평균 연령은 47.7세로 SK그룹보다 젊었다. LG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 사장들을 모두 50대로 내세웠다. 아울러 올해 최연소 승진자들은 모두 AI 전문가로 채웠다.
SK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
AI 중심 조직개편 계속…외부 영입도 필요
AI 중심의 조직개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모든 산업군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단순히 제조업뿐 아니라 패션, 유통, 건설, 조선 등 사실상 전 분야에서 AI를 접목시키지 않고선 살아남기 힘들다.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거점에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를, SK이노베이션은 CEO 직속 AX단을, SK에코플랜트는 건축과 에너지 사업을 통합한 AI 설루션 사업 조직을 각각 출범시킨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AI 위주의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AI 때문에 보조 인력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조직개편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일선 소장은 “앞으로 몇 년간 AI 중심 인사가 계속될 것”이라며 “‘AI의 역설’이라고 볼 수 있는데 AI 영향으로 올해 임원 승진 폭도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외부 인재 영입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의 AI 발전 속도가 한국보다 빠른 만큼 최상위급 인재를 영입해 AI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일선 소장은 “해외에 있는 유능한 임원을 영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아카데미 등 교육을 통한 인력 배출과 인프라 적극 지원에 대한 고민 역시 해야 한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