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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품에 안긴 천년고찰…‘영동지역 대본산’ 속초 신흥사 [정용식의 사찰 기행]

헤럴드경제 민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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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강원 속초시 신흥사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비경 100선

사찰은 불교의 공간이면서, 우리 역사와 예술의 유산입니다. 명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사찰들은 지역사회의 소중한 관광자원이기도 합니다.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을 얻고자 할 때 우리는 산에 오르고 절을 찾습니다. 헤럴드경제는 빼어난 아름다움과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 100곳을 소개하는 ‘내 마음대로 사찰 여행 비경 100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강원 속초시 신흥사

강원 속초시 신흥사





금강산, 설악산은 뛰어난 산세와 풍광 때문에 산악인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몇 번이고 가보고 싶은 가슴 떨리는 산일 것이다. 그러나 금강산은 북쪽에 있어서 갈 수 없으니 설악산이 그 몫까지 하는 셈이다.

옛날엔 금강산과 설악산을 한 몸(산)으로 본 경우도 있었고, 금강산 가는 길에 만난 설악산이 금강산인 줄 알고 머문 경우도 있으니 그 빼어남이 비슷했을 것이다.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안내문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안내문



설악산(1708m)은 남한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다음으로 높은 산이기도 하지만 웅장한 봉우리와 깊은 계곡,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으로 1965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한국 자연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인제와 고성, 양양과 속초에 걸쳐 있는데 주봉인 대청봉을 비롯해 소청봉, 중청봉, 화채봉 등 30여 개의 높은 산봉우리가 웅장하게 펼쳐져 있고, 공룡능선, 울산바위 등 비경들이 곳곳에 있다.

설악산 울산바위와 신흥사

설악산 울산바위와 신흥사



추석 무렵부터 이듬해 하지까지 눈이 쌓여 있다고 해서 설(雪)이며, 악(嶽)은 ‘큰 산’을 뜻한다. 설악산은 엄청난 적설량과 험준한 지형을 자랑한다. 우리나라 산 이름 중에서 가을철의 금강산을 이르는 풍악산(楓嶽山)과 설악산(雪嶽山)만이 악(嶽)의 한자를 쓰고 있다.


화강암이 분포하는 험준한 바위산으로 경관이 빼어난 만큼 산세가 험해서 남한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산이다. 우리나라의 첫 단풍, 첫서리, 첫얼음, 첫눈 소식과 마지막 눈 소식을 담당하는데 산 정상과 산 아래의 온도 차는 12~13도에 이른다.

신흥사의 말사

신흥사의 말사



설악산에는 백담사와 신흥사라는 역사성과 의미를 지닌 큰 고찰이 있으며 백담사의 말사인 봉정암, 오세암, 영시암 등도 큰 절 못지않은 유명세가 있다.

‘내 마음대로 사찰여행 100선’ 출발을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내설악의 봉정암에서 시작했는데, 끝나가는 99번째 사찰 기행을 위해 봉정암 반대편 외설악에 있는 신흥사를 가게 됐다.


권금성에서 바라본 외설악의 비경
신흥사의 암자

신흥사의 암자



봉정암은 1250m 고지대에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오층석탑(봉정암 사리탑)이 있어 불교 신도들의 필수 순례지이지만 대여섯 시간의 힘든 산행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곳이다. 반면 신흥사는 자동차로 절까지 진입이 가능하고 그나마 입구에 설악산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어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의 비경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곳이라 대조적이다.

설악산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풍경

설악산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풍경



설악산 케이블카는 이용자가 많아 오랜 시간 기다려 탑승할 정도라고 했는데 평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곧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케이블카 유리 너머 내려다보이는 신흥사 전경과 울산바위, 아찔한 절벽에 뿌리내린 소나무 등 절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설악산 권금성

설악산 권금성



내려서 10분 정도 등산을 하면 해발 700여m에 고려 말 몽골이 침입했을 때 권 씨, 김 씨 두 장수가 피난해 성을 축조했다고 해 이름 붙여진 ‘권금성’이 있다.

권금성 전망

권금성 전망



그곳에서 바라보는 외설악의 웅장한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광 또한 환상이다.

권금성 전망

권금성 전망



멀리 공룡능선과 가까이 만물상, 웅장하고 신비로운 갖가지 기암괴석, 또 다른 방향에서 보이는 동해 등 외설악의 풍경을 모두 담을 수 있다.

권금성에서 바라본 동해

권금성에서 바라본 동해



권금성 아래쪽에는 신라 시대에 세워진 산내 암자 안락암과 그 아래 800여 년 묵은 노송으로 춤추는 학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인 무학송(舞鶴松)도 탄성을 금치 못 하게 한다는데 위쪽 권금성 절경에 빠져있다 보니 그만 놓치고 말았다.

시인 이정재는 ‘설악산’이라는 시의 느낌이 다가온다.

살아가기 버거울 땐 설악산으로 가라. 가서 보아라
아찔한 절벽에 뿌리박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푸른 나무들을
바위틈에 파고들어 줄기와 가지를 먹여 살리는 뿌리의 힘을. (중략)
신흥사를 방문하고 내려가는 길, 우측 설악산을 보니 탁 트인 골짜기 사이로 320여m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는 토왕성 폭포가 거대한 빙벽으로 변해 흰 비단을 바위에 널어놓은 듯 그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영동지역 대본산 신흥사
신흥사 산문의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 방문 환영 플래카드

신흥사 산문의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 방문 환영 플래카드



신흥사 입구에 도착하니 ‘대한불교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에 참석하는 스님들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전국 24교구 본사 주지 스님들이 두 달에 한 번씩 교구본사를 돌며 개최하는 협의회가 오늘 신흥사에서 개최되나 보다.

신흥사는 강원도 속초시 설악산에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本寺)이다. 울산바위, 달마봉, 세존봉 등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둘러싸인 신흥사는 외설악의 중심에서 설악산의 기운을 물씬 풍기고 있다.

신흥사 전경

신흥사 전경



신흥사는 신라 진덕여왕 6년(서기 652)에 자장율사가 지금 자리에서 동쪽 1㎞ 지점에 ‘중향성불토국(衆香城佛土國)’이란 뜻의 향성사(香城寺)로 창건하고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9층 사리탑을 세운 것이 시초이다.

중향성(衆香城)은 신라시대 설악산을 향성산(香城山)이라 부른 데서 유래한 듯하며 불토국(佛土國)은 부처님의 교화가 이뤄지는 국토라는 의미이다.

처음 향성사는 신흥사 입구의 켄싱턴 호텔 자리에 세워져 46년간 존속하다가 효소왕 7년(698년)에 수천 칸에 달하는 대사찰이 화재로 소실되고 앞뜰의 9층 석탑도 파괴됐다.

속초 향성사지 삼층석탑

속초 향성사지 삼층석탑



현재 켄싱턴호텔 앞 길가에 3층 탑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석탑으로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됐는데 9층 탑이 3층 탑만 남아서인지 조금 외롭고 무거운 느낌이 있다.

화재를 당한 지 3년 후 의상대사가 이곳 부속 암자인 능인암(현재 내원암) 터에 다시 절을 짓고 선정사(禪定寺)라고 해 900여년간 번창했으나 조선 중기 1642년에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 소실되고 말았다.

신흥사 설명 안내문

신흥사 설명 안내문



2년 후 1644년 세 분의 고승들께서 중창을 발원하던 중 꿈에 백발 신인이 나타나서 이곳에 절을 지으면 삼재가 범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상서로운 기운을 얻어 절을 중창하니 지금의 신흥사이다. 그래서 절 이름을 신인(神人)이 길지(吉地)를 점지해 주어 흥(興)하게 됐다고 해 신흥사(神興寺)라 했다.

일제 강점기 때는 강원도(영동) 지역 대본산 기능을 고성의 금강산 건봉사가 수행했는데, 6·25 때 건봉사가 전소돼 신흥사를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로 승격해 업무를 이관하게 됐다.

신흥사 설명 안내문

신흥사 설명 안내문



1995년부터 영동불교를 새로 일으킨다는 뜻에서 사찰 이름을 신흥사(神興寺)의 귀신 신(神) 자를 시대에 맞게 새로울 신(新) 자로 고쳐 신흥사(新興寺)로 바꾸게 됐다.

신흥사는 여러 보물과 문화재를 간직하고 설악산 국립공원 중심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며 천년 넘는 세월을 이어오고 있다.

천년고찰, 아픈 역사를 간직한 신흥사
신흥사 유물전시관

신흥사 유물전시관



얼마 전, 18세기 조선 불화 ‘시왕도’ 한 점이 미국으로부터 71년 만에 고향 신흥사로 반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70여 년 만에 한국에 반환된 신흥사 시왕도 [헤럴드경제DB]

70여 년 만에 한국에 반환된 신흥사 시왕도 [헤럴드경제DB]



시왕(十王)은 사후세계에서 인간들의 죄의 경중을 가리는 10명의 심판관으로 불화는 한 폭당 1명의 시왕과 지옥 장면이 그려져 있어 10폭이 한 세트다.

신흥사 영산회상도

신흥사 영산회상도



지난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으로부터 6점을 돌려받았고 이번이 7번째지만 나머지 석 점은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이번에 돌아온 ‘시왕도’는 1798년에 조성해 신흥사 명부전에 있었는데 한국전쟁 때 속초 지역 미군정이 반출해 갔다.

신흥사 진언집 목판

신흥사 진언집 목판



신흥사에는 조선 중기에 제작된 한자, 한글, 범어로 쓰인 동아시아 불교권에서 유일한 경판(목판)이 있었는데 6·25 전쟁 때 국군에 의해 땔감으로 소각되는 흑역사도 있다. 1951년 신흥사에 온 국군 병사들이 추위에 모닥불을 피운다고 보제루에 보관 중이던 경판 등을 가져다 땔감으로 썼고 이를 뒤늦게 발견한 장교에 의해 일부나마 소각을 막았다.

제반문 경판

제반문 경판



소각을 피해 남은 277판 신흥사 성보박물관에 전시돼 있었는데 잦은 화재와 전쟁으로 신흥사의 문화재들이 수모를 겪은 것이다.

신흥사 부도군

신흥사 부도군



신흥사 초입 켄싱턴 호텔 앞 길가에 있는 향성사지 3층 석탑과 웅장한 산문을 지나오면 문화재로 지정된 ‘부도군’을 만난다.

신흥사 일주문

신흥사 일주문



좀 더 올라가면 사하촌(寺下村) 옆 성보박물관과 일주문을 만난다.

신흥사 통일대불

신흥사 통일대불



일주문에 이르면 멀리서도 보이는 통일대불의 위용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좌대 직경이 13m에 이르고 높이가 15m에 이르는 거대한 청동 좌상이다.

신흥사 통일대불

신흥사 통일대불



분단의 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1987년에 착공해 1997년에 조성을 완료했는데 38도선 이북에 있는 설악산 신흥사가 지고 가야 할 역사적 책무이기도 하다.

천왕문

천왕문



계곡을 따라가다 사천왕문을 만나 여기를 들어가면 신흥사의 중심 공간이 펼쳐진다.

신흥사 보제루

신흥사 보제루



일직선상의 1770년에 지어진 보제루(普濟樓) 아래를 지나 계단에 오르면 중심 법당인 극락보전과 운하당, 적묵당이 있는 앞마당이 나타난다.

신흥사 극락보전

신흥사 극락보전



신흥사 극락보전

신흥사 극락보전



가람배치의 중심에 있는 극락보전은 조선 중기 1647년에 건립된 다포계 팔작지붕으로 보물로 지정됐다.

신흥사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신흥사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극락보전에 모셔져 있는 나무 불상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은 1651년에 제작된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17세기 중엽의 대표적인 불상으로 이 또한 보물로 지정됐다.

신흥사 명부전

신흥사 명부전



1737년에 지어진 명부전이 극락보전 바로 옆에 있는데 스님들이 드나드는 가운데 문은 일반적인 높이로 돼 있으나 재가불자가 드나드는 좌우의 문은 고개를 숙여야 지나갈 수 있도록 높이가 낮은 특이한 모습이다.

이렇듯 자신을 낮추도록 하심(下心)을 유도하는 창호는 신흥사에만 있다고 한다.

신흥사 명부전 목조지장보살삼존상

신흥사 명부전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명부전에는 보물로 지정된 1651년 제작된 ‘목조지장보살삼존상’이 있는데 가운데에 지장보살이 앉아 있고 좌우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서 있다.

신흥사 앞 개천

신흥사 앞 개천



신흥사 앞에는 아마도 울산바위 쪽에서 흘러오는 것 같은 개천과 황철봉(1379m)에서 발원한 개천이 만나 ‘쌍천(雙川)’을 이뤄 설악항 앞까지 곧바로 흘러가 동해로 합류한다.

동해에서 떠오른 강렬한 태양은 설악산을 넘어와 신흥사 극락보전에 강렬하게 내려앉는다.

신흥사 설정각

신흥사 설정각



사찰의 물가나 호숫가에 세운 정자를 일컫는 ‘설정각’에는 감로수가 담긴 병을 든 관음보살이 맑은 물을 내려주고 있다.

속초 앞바다 일출

속초 앞바다 일출



관음보살의 감로수는 막힌 기운을 뚫고, 새로운 물길을 열어 준다고 한다.

강렬한 동해의 아침햇살을 받으며 설악의 기운을 담은 시원한 감로수 한 잔을 들이켜며 일상으로 돌아갈 마음을 다잡아 본다.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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