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1.8 °
연합뉴스 언론사 이미지

[우분투칼럼] 아프리카 알고보면⑾ 넷플릭스에서 '아프리카' 찾아보기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
원문보기
댓글 이동 버튼0
이은별 박사
이은별 박사[이은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은별 박사
[이은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확산으로 미디어 콘텐츠가 국경을 넘나들며 우리는 손톱만 한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다양한 세상을 유영하게 됐다. 그중 한국 OTT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2025년 6월 스마트폰 기준 40%)는 영화와 오리지널 시리즈 등 아프리카 관련 콘텐츠를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구독료만 내면 방대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를 간접 체험할 수 있으니, 영화 애호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관심 있는 일반 시청자에게도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셈이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에게는 '제대로 감상하는 눈'이 요구된다. 예컨대 제작 국가와 배경은 어디인지, 등장인물과 서사 구조는 어떤 맥락을 반영하는지, 작품이 다루는 사회문화적 함의가 무엇인지 등을 비판적으로 접근해볼 만하다. 물론 영화를 가벼운 유희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자주 접하기 어려운 아프리카 영화의 경우, 특정 작품 하나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으므로 한 번쯤은 의도적으로 '비틀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넷플릭스에서 '아프리카' 검색하면 나타나는 콘텐츠[넷플릭스 모바일판 캡처]

넷플릭스에서 '아프리카' 검색하면 나타나는 콘텐츠
[넷플릭스 모바일판 캡처]

필자는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아프리카 관련 작품들을 살펴봤다. 크게 '아프리카에 관한 영화'와 '아프리카에서 제작된 영화'로 구분할 수 있었다. 전자는 아프리카 외부에서 그들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고, 후자는 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내부에서 기획·연출된 작품이다. 이 가운데 한국이 제작한 '아프리카에 관한' 콘텐츠도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2021)는 소말리아 수도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차용할 만큼 낯선 공간의 생경한 이미지를 전면에 드러낸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던 북한을 견제함과 동시에 유엔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의 지지가 절실했던 한국 정부는 1987년 말 모가디슈에 대사관을 개설했다. 하지만 1990년 4월 반군의 공세가 강화되며 소말리아 정세가 급격히 악화했다. 영화는 이 시점부터 남북이 협력해 혼란에서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극적인 상황을 묘사한다. 이때 남북의 공공의 적이었던 소말리아는 혼돈과 폭력이 난무한 비이성적인 공간으로 그려진다. 영화와 함께 당시 소말리아 대사였던 강신성 대사의 소설 '탈출'(2006)을 읽어 본다면, 텍스트와 영상의 재현 방식을 비교하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한편 '아프리카에서 제작된' 영화는 그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의미가 크다. 과거 영미권 자본이 투입된 영화를 비디오 대여점에서나 빌려볼 수 있었던 시절을 떠올린다면, 이제는 아프리카인들이 아프리카의 이야기를 직접 담은 작품을 손쉽게 골라볼 수 있다는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물론 시청자들이 '메이드 인 아프리카'(Made in Africa) 작품을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OTT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아프리카 영화 산업 전반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2021년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영화 및 시청각 산업은 약 500억달러(약 73조6천억원) 규모에다 500만명 이상이 종사할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다. 최근 아프리카 내 디지털 장비에 대한 접근성 확대와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로 제작자들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콘텐츠를 제작·배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불안정한 전력 공급과 높은 데이터 비용 등이 여전히 역내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때문에 많은 지역에서는 공동체가 모여 영화를 보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그래서 동네마다 영화 상영관이 필수지만, 아프리카 대륙 전체 스크린 하나당 사람 수(인구/전체 상영관 수)는 78만7천여명 이상으로 상영관 인프라가 태부족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스크린 하나당 사람 수가 약 1만5천명(2024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분명해진다. 이에 따라 극장을 통한 영화 배급은 한계에 부딪히고, 전체 영화의 절반 이상이 불법 복제로 유통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고마(Goma)의 영화관주민들과 함께 해적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고마(Goma)의 영화관. 르완다 접경 도시로 항상 긴장감이 감도는 지역이지만, 그 속에서도 평범한 일상은 계속된다(2016년 6월 필자 촬영)[이은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콩고민주공화국 고마(Goma)의 영화관
주민들과 함께 해적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콩고민주공화국 고마(Goma)의 영화관. 르완다 접경 도시로 항상 긴장감이 감도는 지역이지만, 그 속에서도 평범한 일상은 계속된다(2016년 6월 필자 촬영)[이은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도 아프리카 영화 산업의 미래를 낙관하게 하는 대표적 사례는 나이지리아의 '놀리우드'(Nollywood)다. 매년 약 2천500편의 영화를 제작하며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는 놀리우드는 나이지리아인이, 나이지리아에서, 나이지리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OTT 플랫폼 등장 이전부터 홈비디오 수요에 맞춰 저예산 영화를 대량 제작해 DVD 키오스크 시장에 공급해 온 경험은 결국 영화의 기술적·서사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기반이 됐다. 공식 국내총생산(GDP)에 집계되지 않는 비공식 경제활동이었지만, 세계 영화 시장이 온라인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되자 오히려 이러한 제작 경험은 강력한 자산이 됐다.


영어권 국가라는 이점, 권선징악형 멜로드라마와 같은 대중적 소재, 아프리카 내 최대 인구수만큼 전 세계에 포진한 거대한 디아스포라 공동체는 놀리우드의 확장성을 더욱 키웠다. 이는 '지역에서 세계로'(local to global)를 내세우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변화가 아프리카 대중의 시청 환경을 단번에 바꾸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불안정한 전기와 고가의 데이터 비용 등은 글로벌 OTT 접근을 제한하는 요소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아프리카'를 검색하면 아프리카 안팎에서 제작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최근에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아프리카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물론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마다가스카르 편'(MBC, 2023), '케냐로 간 세끼'(Netflix, 2025) 등은 여행 예능 특유의 대상화 문제를 안고 있어 연구자로서는 날 선 비판을 견지할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한국 대중들의 세계관을 아프리카로 확장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 의미가 있다.

짐바브웨 일간지 Daily News 지면 광고남아프리카 대표 위성방송 DStv에서 2023년 방영한 한국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My Secret Terrius, MBC 2018)>의 짐바브웨 일간지 Daily News 지면 광고. 2007년부터 국영방송(ZTV)을 통해 <슬픈 연가>, <대장금> 등을 시청해 온 짐바브웨 시청자들은 여전히 텔레비전으로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데 익숙하다(2023년 2월 필자 촬영)[이은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짐바브웨 일간지 Daily News 지면 광고
남아프리카 대표 위성방송 DStv에서 2023년 방영한 한국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My Secret Terrius, MBC 2018)>의 짐바브웨 일간지 Daily News 지면 광고. 2007년부터 국영방송(ZTV)을 통해 <슬픈 연가>, <대장금> 등을 시청해 온 짐바브웨 시청자들은 여전히 텔레비전으로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데 익숙하다(2023년 2월 필자 촬영)[이은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한국과 아프리카는 미디어 콘텐츠를 매개로 점차 서로의 일상과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각자의 서사를 교류하는 과정은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상호이해의 기반을 넓히는 중요한 접점이 된다. 결국 '아프리카를 제대로 본다'라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말하는 이야기와 우리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사이에서 새로운 세계관을 열어가는 일일 것이다.


아프리카 알고보면, 글로벌 OTT 시대에 서로를 향한 목소리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융합전공 초빙교수, 고려대 언론학 박사(학위논문 '튀니지의 한류 팬덤 연구'), 한국외대 미디어외교센터 전임 연구원, 경인여대 교양교육센터 강사 역임. 에세이 '경계 밖의 아프리카 바라보기, 이제는 마주보기' 외교부 장관상 수상, 저서 '시네 아프리카' 세종도서 선정 및 희관언론상 수상.

eunbyully@gmail.com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조진웅 소년범 논란
    조진웅 소년범 논란
  2. 2박나래 갑질 의혹
    박나래 갑질 의혹
  3. 3수능 만점 왕정건
    수능 만점 왕정건
  4. 4박석민 삼성 복귀
    박석민 삼성 복귀
  5. 5역사스페셜 지승현
    역사스페셜 지승현

연합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