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없고 작은 걸 남도에선 째깐하다고 해. 홍어 거시기만 하다면서 시퍼 보고(얕잡아 보고) 대접해주지 않는 머시기. 그래도 째깐한 거시기와 머시기가 있어 세상이 알맞게 굴러가지. 제대로 말하자면 ‘있어서’가 아니라 ‘있어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해야겠다. 잔설 좁쌀눈이 내린 뒤에야 굵은 함박눈 떡살눈이 차곡차곡 대지를 새하얗게 덮는 것처럼 째깐한 당신의 존재가 크고 우람한 무엇까지도 존재할 수 있게 만들지.
전시로 서울 살다 돌아오니 마당에 솔잎이 가득 떨어져 있었다. 갈퀴로 그러모아 난로 밑불에 쓸 작정으로 여러 자루를 담았다. 작년에 담아둔 자루도 있는데, 박새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여름 장마 때 눅눅해서 불을 지피려 했다가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 살금살금 조심하며 살았지. 째깐한 박새 가족과 동거하느라 음악도 크게 못 듣고 개들이랑 공놀이도 한동안 못했다.
언젠가 읽은, 우리말로 옮기자면 ‘나이 50줄 먹어서 꼭 해야 할 50가지 일’이랄까. 살금살금 사는 법을 가르친다. “일기를 써라. 작은 일도 기록하렴. 작은 콩과 브로콜리, 토마토를 먹어라. 작은 돈부터 기부하라. 미간에 미소 주름을 만들라. 솔로는 등 긁어줄 배우자를 찾아라. 한 줄의 시를 읽어라. 한 살이라도 어린 친구랑 대화하라. 종합검진을 받고 보험을 점검하라. 위안을 줄 종교를 가져라. 산책과 조깅을 하라. 경조사를 챙겨라. 악기 하나쯤 배워두라. 신문 뉴스를 가까이하라. 유언장을 써두라. 밭일을 시작하라. 구구단을 외우면 치매 예방에 좋다. 문화센터라도 나가서 학생이 되어보라. 타인처럼 살지 말고 자기답게 살아라.” 뭐 이런 째깐한 약속, 소소한 계획. 움츠러드는 겨울이다만 나를 가꾸면서, 째깐한 기지개를 켜보자.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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