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강호 LAFC가 구단 역사상 가장 굵직한 성과와 변화를 이끌었던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과의 여정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구단은 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년 동안 체룬돌로 감독이 남긴 흔적을 되짚으며 그와의 작별 인사를 전했다.
LAFC는 "우리 역사의 일부. 고맙다, 감독님. 당신은 영원히 블랙 앤 골드"라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체룬돌로 감독의 LAFC 부임은 2022년 1월, 구단이 창단 후 처음으로 맞이한 중대한 기로에서 시작됐다.
당시 LAFC는 초대 사령탑 밥 브래들리 감독과의 동행을 종료했고, 6주간 긴 탐색 끝에 1부 리그 지휘 경험이 전무한 신임 감독 체룬돌로를 발탁했다.
그는 미국 대표팀과 독일 하노버96에서의 현역 경력으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감독으로서는 사실상 이름값이 전혀 없었다. 더구나 체룬돌로가 이끌었던 라스베이거스 라이츠는 미국 2부 리그 USL 챔피언십에서 29경기 중 6승에 그쳤던 터라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LAFC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LAFC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체룬돌로를 향한 의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부임해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까지 3년 11개월 동안, LAFC는 MLS 전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정규리그 승리와 플레이오프 승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체룬돌로 감독은 42세의 젊은 감독으로 LAFC 지휘봉을 잡으면서, 2021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라는 좌절을 겪은 팀을 재건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부임 첫해에 MLS 신인 감독 최다 승리 신기록을 세웠고, MLS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데뷔 시즌에 서포터스 실드와 MLS컵을 동시에 차지한 감독이 됐다. 이는 창단 4년 차였던 LAFC에 첫 MLS컵 우승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안긴 역사적 순간이었다.
더불어 조르지오 키엘리니, 개러스 베일 등 유럽 무대의 슈퍼스타들이 시즌 중 합류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부상과 출전 제한에도 불구하고 체룬돌로는 32가지의 서로 다른 선발 라인업을 조합해 끝내 정상에 올랐다.
2023년에는 한 해에 53경기를 치르는 혹독한 일정 속에서도 팀을 컨트롤하며 MLS 최초로 한 시즌에 CONCACAF 챔피언스컵 결승과 MLS컵 결승에 동시 진출한 감독이 됐다. 2024년에는 클럽 최초의 U.S. 오픈컵 우승을 달성했고, 3년 동안 두 차례나 서부 콘퍼런스 1위를 차지했다.
LAFC는 체룬돌로 감독이 떠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아내의 고향인 독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시즌 도중 그가 올해를 끝으로 팀을 떠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고, 구단도 이를 존중했다.
체룬돌로 감독 역시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축구란 때로 이렇게 흘러가는 법"이라며 "LAFC에서 보낸 4년을 돌아보면 자랑스러운 순간이 정말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LAFC는 처음부터 승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클럽이었다. 나는 그 문화를 지켜가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 또한 그 기준에 부응해줬다. 우리는 항상 '이기는 축구'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LAFC 입단 당시 함께 왔던 홀링스헤드는 이번 발표에서 "그는 나를 포함한 선수들의 능력을 끝까지 끌어 올렸다. 그가 가진 경험과 철학은 우리를 완전히 다른 팀으로 만들었다. 그는 확실히 이 클럽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떠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체룬돌로 감독의 마지막 시즌은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과의 짧지만 강렬한 동행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LAFC는 집요한 협상 끝에 손흥민을 영입했고, 체룬돌로 감독은 부임 당시 스스로 "현역 시절 하노버 소속으로 함부르크의 손흥민을 막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고 꺼내며 선수단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데 힘썼다.
그는 손흥민에게 최전방 스트라이커 혹은 투톱의 한 축이라는 변화를 적용했고, 그 결과 손흥민은 드니 부앙가와 함께 MLS 최고 수준의 공격 듀오로 거듭났다. LAFC 공격 라인의 파괴력은 크게 향상되었고, 팀의 경기력도 상승세를 탔다.
체룬돌로 감독이 지휘한 마지막 경기였던 2025시즌 MLS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 밴쿠버 화이트캡스전에서도 손흥민은 멀티골을 터뜨리며 극적인 연장전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손흥민이 허벅지 불편함을 호소한 뒤 실축했고, LAFC는 끝내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체룬돌로 감독의 마지막 여정을 완성하지 못했다.
경기 후 체룬돌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그는 월드클래스 선수이며, 그와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다. 그를 지도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욕심내고 싶진 않지만, 만약 시즌 시작부터 손흥민과 함께했다면 우리는 지금 다른 대화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체룬돌로 감독이 떠난 자리에 누가 새로 부임하게 될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LAFC가 부임 이후 100승 이상, 주요 트로피 수확, 4년 연속 MLS 콘퍼런스 준결승 이상이라는 압도적 성적을 남긴 체룬돌로의 뒤를 잇는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구단은 홈페이지에서 "그가 떠났지만 그의 유산은 계속될 것이다. 그가 설정한 기준은 앞으로 모든 지도자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LAFC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