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와 서울대 연구진이 머리카락 두께보다 훨씬 작은 ‘나노 물방울’을 세계 최초로 직접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
KAIST와 서울대 연구진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나노 물방울’을 세계 최초로 직접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물과 액체가 표면 위에서 어떻게 퍼지고, 붙고, 떨어지는지를 관찰하는 것은 수소 생산 촉매와 배터리, 반도체 생산 공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물방울이 너무 작아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보통 추측에 의존해 왔다.
◇나노 물방울, 왜 중요해?
수소 생산 촉매는 ‘물방울·기포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느냐’에 따라 실제 작동할 때 성능이 달라진다. 물방울이 표면에 달라붙지 않고 빨리 떨어질수록 기포가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에서도 물은 의외로 많은 영향을 끼친다. 반도체 칩은 수백·수천 단계의 정교한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표면을 세정하거나, 화학 용액을 바르거나, 씻어내는 단계가 많다. 특히 마지막엔 물로 헹구고 건조하는 과정이 필수다.
이때 반도체 웨이퍼 위에 물이 고르게 퍼지지 않고 한쪽에 고이면 세정 과정에서 먼지나 화학물질이 균일하게 제거되지 않거나 얼룩·잔여물이 생길 수 있다. 물이 너무 천천히 마르면 오염이 생길 수도 있다. 너무 빨리 마르면 잔여막이 남거나 돌출 패턴이 생긴다.
배터리·연료전지에서도 액체의 반응은 수명과 효율에 크게 영향을 준다. 배터리 속엔 전해질이 들어있는데, 이 액체가 전기를 운반한다. 전해질이 전극 표면에 고르게 퍼질수록 이온이 잘 움직이고, 불균일하게 퍼지면 열 노화가 생길 수도 있다. 전해질이 전극 위에서 어떻게 퍼지고 머무르는지가 배터리 수명·용량·출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미세한 물방울이 어떻게 떨어지고 퍼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나노 물방울 어떻게 봤나
나노 물방울은 지금까지는 너무 작아서 직접 관찰할 방법이 없었다. KAIST 홍승범 교수팀과 서울대 임종우 교수팀은 이에 원자간력현미경(AFM)을 이용했다. 난관은 있었다. 나노 물방울은 너무 작아 탐침이 닿기만 해도 모양이 바뀐다. 촬영 과정에서 물방울이 사라지거나 뭉그러져 본래 형태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에 실험용 재료의 표면을 아주 부드럽게 냉각해 공기 중 수증기가 자연스럽게 ‘나노 물방울’ 형태로 맺히게 했다. 이후 AFM을 비접촉 모드로 촬영, 물방울을 건드리지 않고 원래 3D 형상을 촬영한 뒤, 파이썬 기반 알고리즘으로 접촉각을 계산했다. 즉, 나노 물방울을 건드리지 않고 촬영한 뒤, 컴퓨터 계산으로 접촉각을 분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강유전체 물질 LiTaO₃(리튬탄탈레이트)에 적용했다. 그 결과 전기 방향(분극 방향)이 바뀌면 나노 물방울의 접촉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큰 물방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차이다. 또한 이를 통해 나노 물방울이 촉매 표면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간접 추정’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직접 관찰과 정량 계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홍승범 KAIST 교수는 “나노 크기의 물방울을 직접 관찰하고 접촉각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면서 “이제 나노 세계에서 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반응하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연구는 국제 학술 저널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소개됐다.
연구 논문 링크 doi.org/10.1021/acsami.5c14404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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