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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민하 "넌 안돼…미선처럼 증명하고 싶었죠"

뉴시스 최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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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태풍상사' TV 첫주연…K장녀 성장기
자연스러움 강조 "정형화된 미 추구 NO"
'파친코' 이어…"시대물 고착 우려 없어"
"20대 긴 터널…태풍상사 메시지 공감"
이준호와 로맨스 "최대한 담백하게"
데뷔 10년차 "부모님 세대 알아봐 신기"
"연기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텨"
김민하

김민하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김민하(30)는 기존 여배우와 가치관부터 달랐다. tvN 주말극 '태풍상사'로 TV 첫 주연을 맡아 책임감이 막중했지만, 정형화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룹 '2pm' 이준호(35)와 로맨스도 큰 비중을 차지해 외적으로 신경 썼을 법 한데, 오히려 헤어·메이크업을 최소화해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했다. 촬영 끝나고 "클렌징티슈로 닦으면 화장이 하나도 안 묻어져 나올 때도 있었다"고 할 정도다. 태풍상사 경리 '오미선'으로 분해 1990년대 K장녀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상사 '고마진'(이창훈) 무시에도 이겨내며 성장하는 과정이 "많이 와닿았다"고 털어놨다.

"예전에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넌 안 될 거야' '넌 살 안 빼서 안 돼' '넌 주근깨 있어서 안 돼' '넌 성형 안 해서 안 돼' '넌 목소리 낮아서 안 돼' 등의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자극제가 됐다. 그래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정형화된 미를 추구하지 않는 것 같다. 이창훈 선배가 연기를 잘해서 더 얄밉고 열 받았는데, 옛날 기억이 많이 떠올라서 이입됐다. 미선은 상사가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더 오기가 생겨 증명하고 싶어 했다. 나도 미선처럼 이 일을 정말 하고 싶고, 보란 듯이 이뤄내고 싶었다. 이런 말 따위에 죽고 싶지 않았다."

다른 여배우들처럼 마른 몸매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각자마다 고유의 매력과 예쁨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자신을 다른 사람과 아예 비교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자괴감에 빠지는 건 20대에 끝났다"며 "지금은 나일 때 가장 예쁘고, 자연스럽게 있을 법한 사람이 연기하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외모가 출중해야 하는 시대는 끝나지 않았나 싶다. '모두가 예쁘다'는 뜻이다. 다들 본인의 매력이 있는데, 남들과 비교하고 같은 기준에 머물러 있어야 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 드라마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부도 위기 속 아버지가 남긴 중소기업을 지키기 위한 청년 사장 '강태풍'(이준호)의 성장기다. 1회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 16회 10.3%로 막을 내렸다. 애플TV '파치코' 시즌1·2(2022~2024)에 이어 '시대물에 최적화된 배우'라는 평을 받았는데,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우려는 없었다. 파친코에선 다른 시대상을 보여줬고, 메시지와 이야기만 좋다면 시대는 부수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걱정보다 '어떻게 하면 현실적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시대극을 할 때마다 "그 시절에 쓰인 소설을 많이 본다. 문화적인 감성이 녹아있어서 도움 됐다. 이번엔 신경숙 작가님 소설과 허영만 선생님 만화책을 봤다"며 "극 초반에 서울 사투리를 써야 해 길거리 인터뷰와 당시 여성 커리어우먼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 억압 당하고 시대적으로 잘 펼치지 못한 부분 등을 참고했다. 나의 20대를 생각해보고, 그때 쓴 다이어리도 봤다. 미선이는 한 번 무너졌을 때 너무 애달퍼하고, 잘됐을 때는 기뻐하는 등 일희일비하지 않느냐.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성장해서 목소리가 커지고 의견도 내고 기특했다"고 돌아봤다.



요즘 미니시리즈는 8~12부작으로 줄어든 추세다. 태풍상사는 16부작으로 '전개가 느리다'는 평도 적지 않았지만, 윗 세대부터 20~30대 청춘까지 아우르며 공감을 이끌었다. 태풍이 '낭만이란 없는 거예요'라고 하자, 미선은 '지금 당장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했는데, "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했고, 작품 전체 메시지"라고 짚었다.


"난 20대가 길고 긴 터널 같았다"며 "'이렇게 힘든 시절이 언제 끝나지' 싶을 때도 있었지만,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잘 견뎌냈다. 일어나고 넘어지고 반복했지만, 결국 뒤를 돌아봤을 때는 아름다웠다. 그런 메시지가 태풍상사에 녹아서 잘 살리고 싶었다. 미선은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지 않느냐. 타고나길 따뜻한 사람인데, 냉철할 때는 냉철해 많이 배웠다"고 부연했다.

이준호와 로맨스신도 "최대한 담백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보는 사람들이 간질간질하고 예뻐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 자체가 아양 떠는 걸 못해서 담백하게 그려내고 싶었다. 이준호씨와 억지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와서 편했다"면서 "촬영하면서 배운 점도 많다. 연예계 생활 선배라서 크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듬직했다. 연기할 때 다 받아줬다. '민하야,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해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태풍이 키스하려고 할 때 밀어냈는데, "원래 극본에 있었다. 하면 할수록 웃겨서 욕심을 냈다"며 웃었다. "태풍상사 촬영할 때 애드리브를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느껴진 것 같다"며 "애드리브는 정말 많다. 부산 바닷가 뛰어다닐 때도 다 애드리브였고, 태풍상사 식구들 모이면 애드리브 한 두 스푼은 다 있다. 태풍이가 태국에서 마술처럼 팔찌를 준 것도 애드리브였고, 실제로 웃음이 터졌다"고 했다.




집안에서 3녀 중 막내인데, K장녀를 연기하며 언니의 고충을 이해했을까. "언니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미호'(궈한솔) '범'(권은성)이랑 있을 때 언니들 생각이 많이 났다. 첫째 언니는 나와 여덟 살 차라서 업어 키웠을 정도다. 왜 이렇게 걱정하고 뭐라 했는지 알겠더라"면서 "집에서 막내딸이지만 독립적이다. 밖에 나가면 '외동 아니면 첫째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집에 있을 때 성격 등을 적절히 섞었고, 언니 모습도 엄청 많이 오마주했다. '저거 언니잖아'라고 하면 절대 인정을 안 하더라. 옷 갖고도 많이 싸웠는데, 드라마에선 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친코로 단번에 주연 자리에 오른 줄 알았지만, 2016년 웹드라마 '두여자' 시즌2로 데뷔한 지 10년 차다. 주연작이 쌓을수록 고민이 커질텐데, "매번 이야기를 잘 전달하고, 이 인물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책임감이 있다. 주연을 맡으면서 현장 책임감이 더 생기고 많이 배우게 됐다. 융화하고 모두가 불편하지 않게, 목소리를 어떻게 크면서 우아하게 낼 수 있을까. 우아하게 싸울 수 있는 법을 고민했다"며 웃었다.

태풍상사는 30대를 열어준 작품이다. "다음 스텝으로 잘 넘어갈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이번에 확실히 많이 알아봐서 놀랐다. 길 가다가 뒤를 돌아보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확실히 TV 드라마를 하면 '많이 알아보는구나' 싶었다. TV 힘이 진짜 크다고 느꼈고, 요즘 부모님 나이대 분들이 알아봐서 신기하다"고 했다.


"지인들이 '너 그 작품 할뻔 했잖아' '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는데, 다 인연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엎어지고 일어나는 과정 덕분에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열심히 했다. 독립영화, 단편 많이 찍고 뭐라도 하나 더 하고 싶어 했다. 상처 받아서 울기도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텨왔다. 어렸을 때 영화를 보고 많이 위로 받았는데, 최대한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어딘가에 살법하게 그려서 '나도 혼자가 아니네'라는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게 배우가 가진 힘 아닐까."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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