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남북한 언어를 비교해볼 수 있는 'K-랭귀지 맵'(K-Language Map)이 개설됐다.
지은 케어(한국명 조지은) 옥스퍼드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영국과 한국의 탈북민 100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240개 단어를 영어·남한어·북한어로 연계해 게시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영어 단어 'Koala'를 남한어 '코알라', 북한어 '나무오르기주머니곰'으로 제시하고 한글 옆에 로마자로 발음을 적어 넣었다. 영어 'Day off'는 '(공)휴일'(남), '휴식일'(북)이다. 'It's alright'와 '괜찮습니다'(남), '일없습니다'(북)와 같이 간단한 표현도 담겼다.
이같은 언어 맵은 옥스퍼드대가 한국 평택대학교와 공동으로 재단법인 통일과나눔 지원을 받아 수행한 남북한 언어 비교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옥스퍼드대에선 케어 교수와 이학준 연구원, 조용탁 방문 연구원이, 평택대에선 차명호 교수와 남정아 특임교수가 이를 맡았다.
케어 교수는 "통일이란 미래를 준비한다면 남과 북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뿌리는 언어"라며 "체계적으로 남북 언어를 비교하고 탈북민들의 언어 태도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라고 취지를 소개했다.
옥스퍼드대 'K-랭귀지 맵' |
연구팀은 한국에 거주하는 80명, 영국에 거주하는 20명의 탈북민을 인터뷰했다. 유럽 최대의 한인타운인 런던 뉴몰든에는 탈북민 80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생생한 현황 파악을 위해 주로 탈북한 지 10년 이내인 10대∼50대의 다양한 연령층을 인터뷰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남북의 언어 사용법에 큰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케어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가장 두드러진 차이로 북한에서는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 사용이 드물다는 점을 꼽았다.
케어 교수는 "사랑한다, 좋아한다, 기쁘다, 행복하다 같은 말을 잘 들을 수 없다고 한다"며 "사랑이라는 어휘는 존재하지만 사용 빈도는 거의 제로(0)"라고 말했다.
북한은 70년간 폐쇄적으로 국가를 운영한 탓에 영어 등 외국어로 인한 변화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발달에 따른 언어 변화도 거의 없었다. 외국어와 인터넷 유행어를 받아들이며 수많은 신조어가 생겨나는 남한과 큰 차이가 난다.
위계가 강하고 경직된 사회 환경으로 인해 '다나까'로 문장을 맺는 하십시오체 사용이 남한에 비해 훨씬 많은 것도 주요 특징이다.
연구팀은 한류, 특히 K-드라마가 북한 언어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했다. 북한이 대대적으로 단속하는데도 한국 드라마의 파급력은 크다. 북한의 MZ세대 사이에선 남한 말을 쓰면 '트렌디', '세련됐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학준 연구원은 "북한의 언어는 외래어나 인터넷에 의한 교란이 거의 없이 70년간 그대로 보존됐는데, 그걸 바꾼 게 한류"라며 "북한이 한국 드라마 시청을 강하게 단속하는 것도 언어의 교란이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 뉴몰든 한인타운. 탈북민도 다수 거주한다. |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의의가 언어의 다름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한층 더 잘 이해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언어 기반이 같은데도 많은 탈북민이 겪는 언어적 어려움은 적응 과정에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겪는 문화 충격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아예 새로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언어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중국으로 탈북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한국이나 영국으로 건너온 '탈북 2세'와 그 가족이 겪는 혼란도 커 이들의 정착을 도우려면 언어 재적응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케어 교수는 "인터뷰한 탈북민 모두 탈북 이후 스트레스 1번으로 언어를 꼽았고 언어 차별을 겪었다고 했다"며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 2세들은 중국어가 편하고, 영국에 사는 탈북 2세는 영어만 하게 되는 경향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케어 교수는 모국어를 뜻하는 '마더 텅'(mother tongue)에 대비되는 '트래블 텅'(travel tongue)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탈북 등 난민 아동들은 이동 경로에 따라 언어 학습과 사용이 달라지기에 난민 지위를 결정할 때 각각의 인생 여정과 언어 형성 과정을 봐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퍼드대 조지은 교수와 이학준 연구원 |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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