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적 저출산 한국, 뭘로 버티나”…세계적 석학이 꼽은 강점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매경 인터뷰

한국경제 위기와 기회 조언
재앙적 수준의 저출산이지만
최대강점 창의성으로 돌파를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한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망과 리스크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욕 = 임성현 특파원]

-한국 경제의 위기와 기회를 진단한다면.

▶한국의 신세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이혼한 부모 밑에서 고생하는 자녀로 비유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어떤 나라보다 많은 피해를 입는 게 한국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증가율은 재앙적 수준이다. 한국은 이를 탄력적으로 버텨왔다. 특히 한국 국민들의 창의성은 큰 강점이다.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가진 나라다. 다만 정치경제 시스템이 대기업 위주이다 보니 스타트업 성장이 어려웠다. 스타트업을 위한 더 나은 창업과 자금 조달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에서는 프랑스나 독일보다도 더 많은 성공 기업이 나올 것이다. 창의성이 곧 통화인 시대다. 한국이 이를 살리지 못한다면 큰 손실이다.

-포스트 반도체가 안 보인다는 우려가 있는데.

▶반도체 이후 성장 엔진이 부족하다는 것이 매우 큰 문제다. 뾰족한 답은 없다. 미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한국 조선업과 반도체를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팔이 돼줄 수 있다. 미국은 팔을 잘라내기보다는 자기 팔처럼 대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한국 정책은 정말 이상하다. 미국이 모든 반도체를 미국에서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다 현명해져야 한다.

조란 맘다니 [로이터 = 연합뉴스]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 8~9년간 민주당에서 벌어진 일들은 트럼프에 대한 반작용이다. 반트럼프여야 정치적으로 승리하는 식이다. 민주당은 점점 좌파로 향하고 있다. 맘다니는 경제적으로 좌파인 것은 물론 친하마스라고 부를 정도로 극단적이다.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집권하고 싶은지조차 잘모르겠다.

-앞으로 뉴욕은 어떻게 될까.

▶뉴욕이 걱정된다. 맘다니 시장의 뉴욕은 전쟁터 같았던 1970년대로 돌아갈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의 인물이다. 다시 정상화되는 데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민주당 시장 출신이 도시를 성공시킨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은, 진보 정치인들이 이상은 크지만 실제는 끔찍할 정도로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를 싫어할 수 있지만 그에게는 실용 감각이 있다. 트럼프는 미친 것 같은 정책을 내놨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금방 바꾼다. 민주당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멍청한 정책을 고집한다. 다음 대선에서도 양 극단의 대결이 펼쳐지면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

-자본주의 위기로 봐야 되나.

▶자본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위기다. 민주주의는 단지 51%만 얻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불완전한 통치 방식이다. 가령 한국인들에 대한 조지아 구금 사태도 믿을 수 없는 범죄적 사건이지만 자의적인 통치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은 몰랐다고 하지만 책임자는 자신이었다. 법치주의가 부족해서 비롯된 것이다. 맘다니도 비슷한 일들을 할 것이어서 매우 걱정된다.

■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1953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출생 △1975년 예일대 경제학 학사·석사 △1980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박사 △1989~1991년 UC버클리 교수 △1992~1994년 프린스턴대 교수 △1999년 하버드대 교수 △2001~2003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2003년~현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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