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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과 세상]그리고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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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끝을 모른다는 것
길 저쪽 눈부심이 있어도 가지 않으리라는 것
가지 못하리라는 것
그저 살아라, 살아남아라
그뿐
겨울은 잘못이 없으니
당신의 통점은 당신이 찾아라
나는
원인도 모르는 슬픔으로 격리되겠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옹호하겠습니다
이후
저는 제가 없어진 줄 모르겠습니다

-이규리(1955~)


시인이 만났던 겨울 속으로 들어간다. 시인은 겨울에 대해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아직은 그 “끝을 모른다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겨울을 건너가기 전에 다짐한다. “길 저쪽 눈부심”이 있는 곳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그 눈부신 세계는 자신의 길이 아니라서 영영 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 그저 살아남으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에게 늘 불어닥쳤던 “겨울은 잘못”이 없다. 다만 우리는 살아남아서 통점이 모이는 가장 아픈 곳, 슬픔의 빛 속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야 한다. 당신과 내가 끝까지 옹호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어떤 이름들, 어떤 시간들일까. 겨울은 어떤 진실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거짓은 눈 속에 파묻힌 채, 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눈 속에 파묻힌 구부러진 길들을 펴는 일을 우리는 계속해야 할 것이다. 곧 눈이 펑펑 내려 쌓여 또다시 아무것도 보지 못할지라도. 끝내 겨울은 당신의 시작과 끝을 옹호할 것이다.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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