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인간 간 전파가 가능하도록 변이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리안 라멕스-벨티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호흡기 감염센터장은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포유류, 특히 인간에게 적응해 인간 간 전파가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인간은 일반적인 H1과 H3 계절성 독감에 대한 항체는 가지고 있지만 H5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항체는 없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마찬가지로 항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유럽 최초로 진단 키트를 개발해 세계보건기구(WHO)에 프로토콜을 제공한 기관으로, 전염병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라멕스-벨티 센터장은 특히 “독감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달리 건강한 성인과 어린이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며 “만약 조류인플루엔자 팬데믹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경험한 어떤 팬데믹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로이터는 지금까지 인간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례 자체가 드물고, 인간 간 전파는 보고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감염은 감염된 가금류나 동물과 밀접한 접촉 과정에서 이뤄졌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보고된 인간 감염 사례는 약 1000건이며 주로 이집트·인도네시아·베트남 등지에서 발생했다. 이 중 사망률은 48%에 달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 변종인 H5N5 바이러스에 인간이 감염된 첫 사례가 보고됐고, 기저질환을 지닌 감염자는 결국 사망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조류인플루엔자가 당장 인간 간 대규모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그레고리오 토레스는 “조기 대응 준비는 필요하지만 팬데믹 위험은 확률적으로 여전히 매우 낮다”고 밝혔다.
라멕스-벨티 센터장 역시 “코로나19에 비해 긍정적인 것은 구체적인 예방조치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라며 “이미 백신 후보 물질이 준비돼 있고, 백신을 빠르게 제조하는 기술도 갖췄으며 조류인플루엔자에 효과적일 항바이러스제도 비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최근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이달 13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포스코관 지하 1층 외부 공간에서 구조된 기러기 사체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닷새 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해당 장소를 즉시 소독하고 반경 10km를 '야생조수류 예찰지역'으로 지정해 방역을 강화했다. 학교 측도 공지사항을 통해 학생들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고 3주간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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