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순직해병특검팀 이명현 특별검사가 28일 서울 서초구 해병특검 사무실에서 150일의 수사 일정을 마무리하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대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뉴스1 |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한 순직 해병 특검이 28일로 15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6월 출범한 이른바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 중 가장 먼저 수사를 끝냈다.
이명현 특검을 비롯해 파견 검사 23명과 특별 수사관 39명 등 131명이 투입된 특검팀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주(駐)호주 대사 임명 의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해 윤석열 전 대통령, 이 전 장관 등 총 33명을 기소했다. 공수처 검사의 채 상병 관련 국회 위증 사건을 뭉갠 혐의로 현직인 오동운 공수처장도 재판에 넘겼다.
/그래픽=양진경 |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법무부, 외교부, 공수처 등에 대한 압수 수색만 185차례 하고, 피의자와 참고인 300여 명을 조사했다. 사건 관계자들의 휴대전화·PC 등에 대한 포렌식 분석도 약 430건 실시했다.
다만 김장환·이영훈 목사 등 참고인에 대한 무리한 압수 수색과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숱한 논란을 불렀다. 9명에 대해 10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발부된 사람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한 명뿐이었다. 일부 피의자는 “별건 수사하겠다고 협박하며 진술을 강요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특히 특검 출범의 배경이 된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의 실체는 전혀 밝히지 못했다. 관련 혐의자를 입건하지도, 기소하지도 못했다. 한 법조인은 “애초 범죄인지 확실치 않은 의혹에서 출발하다 보니 특검이 거칠고 과도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그 결과는 결국 초라하게 끝난 것 같다”고 했다.
◇구속영장 청구 10전 9패… 무차별 압수수색 185회, 종교탄압 논란도
이날 수사를 끝낸 순직 해병 특검은 숙제만 남긴 채 수사를 종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른바 ‘VIP 격노설’ 실체는 확인했지만,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자들의 이행 과정이 직권남용 범죄가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출국을 ‘범인 도피’라고 판단한 것도 무리한 해석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특검은 또 윤 전 대통령 등이 수사 외압을 행사한 원인으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끝내 밝히지 못했다.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무리한 압수 수색과 소환 조사, 영장 청구 등으로 여러 차례 과잉 수사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이명현 특검은 이날 “주요 수사 대상 사건 대부분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고 자평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
◇“尹 등 직권남용, 몽땅 무죄 나올 수도”
특검은 핵심 수사 대상이었던 ‘수사 외압’ 의혹과 ‘호주 대사 임명’ 의혹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국방부·외교부 관계자 등 16명을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 등이 임 전 사단장을 채 상병의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빼도록 하고, 공수처에 입건된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것이 모두 직권남용 범죄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 시각이다.
이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기 위해 조직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윤 전 대통령은 이후 채 상병 수사가 자신과 대통령실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해 절차와 요건을 무시하고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군 통수권자이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한 것이 범죄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고법 판사는 “대법원 판례상 직권남용 처벌 기준부터 매우 추상적인 데다, 대통령 권한은 특히 폭넓은 측면이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재판에서 몽땅 무죄가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공범으로 이 전 장관 등 국방부 수뇌부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모두 기각했다. 이와 관련해 이 특검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과도하게 기각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구명 로비’ 의혹, 결국 못 밝혀
특검은 채 상병 수사 외압의 동기이자 원인으로 지목된 ‘구명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김건희 여사에게, 김장환 목사 등 개신교계 인사들이 대통령실에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전담팀을 따로 투입해 수사했지만, 결국 한 명도 입건·기소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이날 일면식도 없다고 했던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 2022년쯤부터 술자리를 함께했다는 주변인 진술, 김 목사가 ‘VIP 격노’ 전후 주요 공직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통신 기록 등을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에게 구명을 부탁했을 것”이라고 했고, “임 전 사단장이 개신교 인맥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에게 구명을 부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그러나 특검은 구명 로비가 누구에게, 언제,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여사 측에 구명을 부탁하지 않았다고 하고, 김 목사 측은 임 전 사단장과 무관한 통화였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이 이를 반박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팀은 구명 로비 시도가 있었고, 김 여사 등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도 “안타깝게도 그 시도들이 어떻게 현실화됐는지 밝히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것은 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 과정에서 가능한 방법을 사용해 수사 외압의 다른 동기가 있었는지 더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사로 못 밝힌 의혹을 재판 과정에서 규명하겠다는 이야기다.
한편 특검은 앞서 채 상병 과실치사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 관계자들의 직무유기, 수사 정보 누설 의혹 등 남은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넘길 계획이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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