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약 1년간의 휴식기를 거치고 복귀를 알린 배우 이채영이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방향성에 대해 밝혔다.
이채영은 2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OSEN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1월 돌연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를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 후 활동을 중단했던 이채영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제가 2023년에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까지 포함에서 드라마 2개, 영화 2개, 예능 4개, 중간중간 게스트로 나가는 프로그램까지 출연했다. 연속극은 일정이 빡빡하지 않나. 그런데도 그걸 1년 안에 다 했다. 영화도 액션이 있어서 훈련을 받아야 했는데 ‘골때녀’도 연습을 계속 한다. 거기다 제가 혼자 스케줄을 관리하고 사람 대하고 그러다 보니까 체력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현장에서의 집중도가 떨어지더라”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처음에는 리프레시를 안 해서 그런 줄 알고 중간에 여행도 갔다 왔다. 항상 여행을 다니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보니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촬영 결과물을 보면 민폐 수준으로 이상하더라. 처음엔 ‘이상하다, 뭐지?’ 싶었는데, 그 뒤로 좋은 기회가 한번 왔다. 저희는 기회가 안 오는 것보다 기회가 왔을 때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 타격이 더 크다. 해봤는데도 결과가 이상하면 그다음부터 마이너스가 되지 않나. 근데 영화가 끝나고 대충 편집본을 봤을 때 ‘이렇게 연기했다고?’, ‘내 모습이 화면에 이렇게 나온다고?’,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주인공은 아니지만 좋은 작품에 괜찮은 역할로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고. 하지만 “대본을 보는데 순간 화면이 일그러져 보이더라. 숨 막히고. 그래서 이건 문제가 있다 싶어서 쉬어야 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채영은 “2023년부터 코로나 이후로 경제 상황이 안 좋아져서 2024년, 2025년도에 작품이 줄어들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걸 듣고 겁이 나서 그런지 2023년에 무리하게 일을 당겨서 했더니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 들어왔을 때 이걸 못하게 되더라. 모른 척 하고 해도 되는데 분명 결과가 팀에 민폐 끼칠 것 같고 인생에 마이너스가 될 것 같았다”며 아쉽게 좋은 기회를 고사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건강을 챙기지 못하면 진짜 하고싶은 게 생겨도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속상해서 울었다. 원래는 ‘난 아직 젊고 정신적으로 괜찮아’라는 생각에 건강을 간과했는데, 한 번에 점점 스며 나오면서 무서움을 느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하던 것도 하차하고 제안 들어오는 것도 죄송하다 말씀드렸다. 또 제가 계속 한국에 있으면 욕심에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안 쳐다보려고 해외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후 1년간 휴식을 취하며 ‘성공 지향주의’였던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고. 이채영은 “‘진짜 인생의 성공이 뭐지?’ 생각해보니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것, 내 마음이 편한 것이더라. 내 마음을 다스리고 위해주는 게 그 누구를 위해주는 것보다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일을 멈추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1년 쉴게요’ 하고 일을 그만두면 일이 아예 끊기고 없어서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잠깐 쉬어도 물론 다음 일을 시작하기까지 쉽지는 않겠지만,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더라. 어딜 가나 다 방법이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깨달음을 전했다.
활동중단에 마침표를 찍고 복귀를 알린 이채영은 SNS를 통해 “1년 동안의 모험은 정말 좋았습니다. 정말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라고 기다려준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던 바. 그는 1년간의 ‘모험’에 대해 묻자 “노트북을 들고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며 시나리오를 썼다. 그게 좋은 분들과 만나서 결과물로 나올 수 있게 움직이고 있고, 내년 초에 촬영이 들어간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이어 “물론 작은 얘기다. 원래 장편 상업영화를 생각해서 썼는데 들어있는 내용이 많아서 그 부분 중에 스핀오프 버전을 먼저 단편으로 연출할까 생각하고 있다. 비디오브라더스라는 회사 대표님과 저랑 같이 작은 창작집단을 소소하게 만들어서 작년 9월부터 움직였다. 그 사이에 같이 움직여 줄 스태프들과 미팅을 꾸준히 했고, 11월에 캐스팅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상황적 문제 때문에 전체적으로 미뤄졌다. 원래는 2, 3월에 촬영 들어갔어야 했는데 미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다는 이채영은 “원래 이야기 자체를 좋아했는데 이번에 1년정도 저한테 휴지기가 있을 때가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10대때부터 30대까지 20년동안 제가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소위 말해 먹고 사는 문제에 끌려다니며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지 못한 것 같더라. 근데 여자의 40대는 좀 특별한 의미 같다. 이걸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생각했고, 어떤 다른 발전이 있어야겠다 생각했다. 육체적으로 달렸던 걸 정신적으로 쉬면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며 “엄청 거창한 얘기는 아니지만, 나쁘지 않으니까 실사화가 되는 거겠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르는 공포 호러 스릴러 드라마다. 평소 오컬트 마니아라는 이채영은 직접 출연할 계획도 있는지 묻자 “이미지가 맞지 않아서 출연할 생각은 없다. 그런 부분은 제가 냉정하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연출자분들 너무 존경한다. 솔직히 작품을 할 때는 이미 적힌 대본을 가지고 분석해서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거라 일말의 핑계거리가 0.01이라도 남아있는데, 이건 출구가 없이 제가 다 맞아야 해서 늙고 있다”며 “원래는 몰아붙였는데 이제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하려고 한다. 40대 안에만 입봉하는 게 꿈이다. 아직 40대가 안 됐지 않나. 내년부터 시작이니까”라고 웃었다.
이채영이 복귀를 알린 것은 지난 7월 ‘골때녀’에 출연하면서다. FC액셔니스타의 골키퍼였던 이주연이 하차하며 공석이 생기자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이채영이 나선 것. 그는 다시 ‘골때녀’ 재합류를 택한 이유를 묻자 “‘골때녀’는 스포츠 예능이지 않나. 개인적인 달란트도 중요한데 단체운동이고 같이 땀흘리고 고생한 시간이 있기때문에 거기서 오는 순수했던 순간, 이겼을 때의 순수한 기쁨이 좋았다”며 “이 나이대에 다 같이 뭉쳐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매주 만나서 규칙적인 시간에 운동 같이하다 보니 처음 시작은 프로그램이었지만 나중에 커뮤니티가 되더라. 직업군도 다양하다 보니 사람 관찰하기 너무 좋고 폭도 넓어졌다. 제 입장에서는 정신건강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특별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대본을 계속 고쳐쓰지 않냐. 장르 관련 자료를 많이 보고 시나리오를 고쳐쓰다 보면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다. 전에도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멍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괴로웠던 시간이 있었다. 근데 그 전에 ‘골때녀’ 한일전을 할 때 ‘집에서 쓰지만 말고 나와요’라며 멤버들이 끄집어 내줬다. 나와서 경기를 봤는데 스트레스라 풀리더라. 계속 머리만 쓰지 않게끔 나를 끄집어내 준 고마운 동생, 언니들이다. 너무 감사하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질뻔 했는데 그럴 때마다 끄집어내서 뛰게 해 준다”라고 FC패셔니스타 멤버들을 향한 고마움을 털어놨다.
이채영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는 활동 하려 한다. 영화 만드는 일 또한 그 일환일 수 있다. 조금씩 천천히, 엄청난 스타가 된다거나 어떤 자리 같은 걸 절대 바라진 않는다. 그냥 이게 제가 계속 해왔던 일이니까. 제가 이걸 영원히 떠날 순 없겠지만, 저를 해치면서까지 무리하게 어떤 일을 하지는 않을 거 같다. 그러면 스스로에게도 미안하기도 하고. 물론 희생 없는 결과는 없겠지만 대신 집중을 막 여러 개 많이 하기보다 잘 선택해서 거기에 에너지를 모아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20대 때는 외적인 부분, 피지컬이나 비주얼적으로 좋으면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 했다. 보여지는 외모가 전부라 생각해서 그 부분을 노력했다. 그래서 한창 몸매 쪽으로 부각했지 않나. 그러다가 20대 말 쯤 돼서 젊고 예쁘고 어린 친구들이 많이 나와서 ‘끝났다’, ‘30대를 어떻게 맞이하지’ 했는데 정말 운 좋게 악역 이미지가 생겨서 30대는 그렇게 연기할 수 있게끔 버틴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40대를 맞이할지 고민하다 보니 40대는 자기 소리를 만들어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드는 게 좋은 방향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채영은 20대 후반이었던 2014년 “몸매로 주목받는 건 앞으로 3년 안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는 통찰력 있는 소신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바. 그는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하면 식는데 3년 정도 걸린다. 그래서 3년 지나면 새로운 연예인이든 트로이카가 됐든 그쪽으로 관심이 갈 거라 생각해서 그렇게 얘기했다. 너무 들뜨면 안 된다, 자기 객관화를 잘 해야한다는 의미였다. 외모만 있어선 안 되고 자기만의 색깔,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때(어릴 때)는 몰랐다. 다 예뻐해 주고 좋은 기회를 주니까. 하지만 역사 속에서 답을 찾으면 된다. 과거 너무 잘나가고 예뻤던 선배들이라 해도 50년이 지난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그때부터 자기 색을 가지고 꾸준히 버텨온 사람들은 나중에 작품이나 예능에서 뭐가 됐든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 사람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라고 짚었다.
이어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건 사람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거다.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속도를 냈던 걸 후회하고 있다. 20대 때 했던 모든 노출이 조급함일 수 있다. 물론 너무 사랑을 받았고, 그런 직업이긴 하지만 어떤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겠다는 마음보다는 빨리 인지도를 넓혀서 이것저것 많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게 나중에 50대, 60대가 됐을 때를 위해서라도 맞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현재 이채영은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22년에 계약이 끝났으니 3년이 됐다. 혼자 일을 하면 쉽진 않다. 그래도 회사가 있으면 저 혼자만 생계가 걸린 게 아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다행히 제가 책임져야 할 회사 식구가 있는 건 아니라 저만 책임지면 되니 일함에 있어 선택권이 좀 더 자유롭다. 힘든 만큼 좋은 것도 있다”며 새 소속사에 대해서는 “좋은 기회가 있다면”이라고 답했다.
연기 활동 역시 2023년 tvN ‘패밀리’를 끝으로 잠시 멈춘 상태. 이채영은 “기회가 된다면”이라며 연기 복귀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전했다. 또 유튜브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재밌는 기획이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 사생활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기획을 가지고 하는 예능 식의 유튜브가 좋을 것 같다”면서도 “기회만 주신다면 다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지난 2007년 SBS 드라마 ‘마녀유희’로 배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채영은 어느덧 19년차 배우가 됐다. 그는 데뷔 20년차를 코앞에 둔 현재 느끼는 변화나 고민에 대해 묻자 잠시 고민하더니 “데뷔가 빨랐던 만큼 20대 때 누릴 수 있는걸 많이 누리지 못했던 게 있다. 그걸 짬짬이 40대가 돼서 조금씩 해보고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보영(본명)으로서 삶’과 ‘이채영으로서 삶’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어떻게 밸런스를 맞춰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심화되는 것 같다. 사실은 여기에 몰입해서 해야되는 데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전력을 다하는 분들께는 민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그냥 폐 끼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조급하게 뭔가 이루지 않아도 제가 가치 있는 사람이면 그 가치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라든 진실성 있게 전달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된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묻어나오지 않나. 그게 티가 나더라. 그래서 예전엔 당장 앞의 것만 보기 급급해서 좋지 못한 선택을 하거나 급하게 가는 걸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보단 좀 더 옳은 선택을 하고 싶다.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 이런 쪽으로 생각이 옮겨간 게 아닌가 싶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2025년의 끝을 앞두고 2026년 새해 목표에 대해서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고, 저희가 움직이는 작업들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내년이 아닌 내후년이 될 수도 있지만 좋은 결실이 나길 바란다. 그리고 중요한 게 건강 같다. 제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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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채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