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보원’ 허성태 인터뷰. 사진| 엔에스이엔엠 |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타인보다 늦게 출발한 사람은 더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앞날은 아무도 알 수 없고, 지금 이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배우 허성태의 출발도 그랬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2011년 인생을 뒤흔들 기회를 만났다. 오디션 프로그램 SBS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한 것이 ‘배우 허성태’라는 새로운 길의 시작이었다.
“오디션을 보던 날 부모님께 막걸리 두 병이랑 치킨을 사놓고, 엽서 한 장을 꽂아놨어요. 유치하게도 ‘성공하지 않으면 부산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썼죠. 사실 성공 못했는데도 부산엔 자주 갔어요(웃음).”
영화 ‘정보원’ 허성태 인터뷰. 사진| 엔에스이엔엠 |
서른다섯 살에 연기자의 길에 뛰어든 허성태는 그 누구보다 간절했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뛰쳐나온 만큼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물론 인생이 뜻대로 풀리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긴 시간을 묵묵히 버텼다.
“창피해서라도 포기할 수가 없었죠. 한 달에 단역만 다섯 개 하고 300만 원 벌었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다들 말리던 길을 선택했으니, 흐지부지 몇 년 하고 접을 순 없었어요.”
그렇게 한 계단씩 올라온 끝에 그는 영화 ‘정보원’으로 생애 첫 스크린 주연을 맡게 됐다. 첫 주연작이라는 의미도 크지만, 극 중 캐릭터 오남혁에게서 자신의 과거가 겹쳐 보여 더 마음이 갔다.
영화 ‘정보원’ 허성태 인터뷰. 사진| 엔에스이엔엠 |
오남혁은 한때는 에이스 형사였지만, 지금은 조직의 골칫덩이다. 어딘가 지질한 그의 모습에서 허성태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오남혁이 ‘보여줄게’라고 각성하는 순간마다 제 오디션 장면이 떠오르더라고요. ‘아, 배우와 캐릭터가 이렇게 연결되는 거구나’ 싶었어요.”
오디션부터 단역, 조연, 그리고 주연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허성태는 이번 작품에서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걸었다. 동시에 함께 뛰어준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고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시사회, 무대인사, SNS 숏폼 홍보까지 누구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중이다.
“지금이 진짜 LG전자 다닐 때보다 더 바빠요. 우리 영화가 잘 돼서 스태프들이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영화 ‘정보원’ 허성태 인터뷰. 사진| 엔에스이엔엠 |
데뷔 15년 차가 된 허성태에게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을 꼽자면 ‘범죄도시’와 글로벌 흥행작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다. 두 작품을 통해 그는 ‘글로벌 빌런’이라는 확실한 존재감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려 노력한다.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요. ‘범죄도시’나 ‘오징어 게임’ 때도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SNS 팔로워가 240만 명 됐을 때도 ‘몇 년 지나면 빠질 수도 있는 숫자다’라고 생각했죠. 그런 분위기에 취해서 스스로를 오해하고 싶지 않아요. 흔히 말하는 ‘배우병’이라는 게 너무 싫거든요. 저랑은 안 맞아요. 그래서 지금의 저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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