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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줄만 쓰고 마침표 찍읍시다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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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가 ‘나의 한줄, 너와 한잔’ 이벤트를 27일 정오 이후 휘클리 뉴스레터 또는 휘클리 공식 인스타그램(@h.weekly)에서 공개한다. 올해 마음속 간직하고픈 문장을 보내주면, 당첨자에게 고블렛 잔 2개를 선물할 예정이다. 황인솔 소셜에디터

한겨레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가 ‘나의 한줄, 너와 한잔’ 이벤트를 27일 정오 이후 휘클리 뉴스레터 또는 휘클리 공식 인스타그램(@h.weekly)에서 공개한다. 올해 마음속 간직하고픈 문장을 보내주면, 당첨자에게 고블렛 잔 2개를 선물할 예정이다. 황인솔 소셜에디터




김선식 | 뉴콘텐츠부장



‘사람들은 1년은 과대평가하고 10년은 과소평가한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어느 자기계발서에서 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말이다. 올해 들어 이 말이 자주 떠오른 건 엉뚱하게도 윤석열 때문이다. 그를 보고 있으면 10년이란 시간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2015년 그는 ‘유배당한 강직한 검사’였다.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다가 박근혜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 죄로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됐다. 2년째 정권과 검찰 지휘부 핍박을 받는 신세, 언제 검사 옷을 벗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난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그의 말만큼이나 그는 생명력이 질겼다. 정권이 바뀐 뒤 큰 어려움 없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올랐고, 2021년 대선 후보로 거론될 무렵엔 20대 시절 혼자 맥주 3만㏄를 마셨다는 주량마저 그의 남다른 면모로 읽혔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360도를 돌아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한때 강직했던 검사는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일반 이적 혐의 피고인이 됐다. 사사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그는 이제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 지시 책임을 모면하려고 횡설수설하며 부하 군인의 미숙함을 탓한다. 음주는 그의 무능과 무책임의 상징 그 이상이 됐다. 전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지 오래다.



올 연말이면 단죄가 이뤄질 줄 알았다.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이후 8개월, 비상계엄 이후 1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시민들은 불안하다. 또다시 피고인 윤석열의 석방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다. 그사이 저들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노린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들은 법정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전광훈 목사는 서울서부지법 폭동 당시 나왔던 구호, ‘국민저항권’을 다시 외친다. 지귀연 재판부는 사법부 권위만 갉아먹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미래를 설계할 시간도 빼앗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런데 문득, 빌 게이츠의 문장 원문을 찾아보니 그건 미래지향적인 이야기였다. 정확한 문장은 이렇다. ‘사람들은 종종 다음 2년간 벌어질 일은 과대평가하고, 다음 10년은 과소평가한다.’(‘미래로 가는 길’ 저자 후기, 1996) 컴퓨터 기술 혁신에 대한 얘기지만 세상사에 대입해도 손색이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술은 얼마나 진보하느냐를 따질 뿐이지만 세상과 인간은 얼마든지 퇴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를 지레 재단해 움츠러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잘못된 과거와 분명히 단절하고 쇄신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40여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계엄을 마주한 지난 1년의 교훈이다. 새로운 한해는 다음 10년의 소중한 씨앗이기도 하다. 그렇게 10년 뒤를 바라보며 1년을 살 수 있다면, 미래를 낙관하지 않고도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빌 게이츠의 문장은 이렇게 고쳐 써도 좋겠다. ‘1년은 10년이다.’ 올 한해를 보내며 붙잡고 싶은 한 문장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떤 문장을 마음에 품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겨레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가 ‘나의 한줄, 너와 한잔’ 이벤트를 준비했다. 올해 마음속 간직하고픈 문장을 보내주면, 당첨자에게 고블렛 잔 2개를 선물할 예정이다. 잔 하나엔 ‘당신의 문장’을, 다른 잔 하나엔 다른 독자들의 문장을 새겨주려고 한다. 독자들의 한줄 한줄이 새겨진 잔 부딪치는 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 같다. 응모 방법은 27일 정오 이후 휘클리 뉴스레터 또는 휘클리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한겨레 뉴콘텐츠부 기자·에디터가 꼽은 올해의 한줄이다. 여러분의 한 줄을 기다린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고수리 작가의 책 제목, 권지담 기자)



‘발에 채여 뒹구는 돌멩이처럼 닳고 해진 꿈인들 또 어떠랴’(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오에스티 ‘희망의 나라로’, 황인솔 소셜에디터)



‘나와의 약속을 지키다 보면 내가 지킨 약속들이 나를 지킨다’(에스엔에스에서 우연히 본 문장, 최문정 소셜에디터)



‘‘사랑스러워’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 말이었고 죽음과 폭력을 부정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정혜윤 작가의 책 ‘삶의 발명’, 구둘래 선임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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