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금지' 논란인데…쿠팡 물류센터서 야간 노동자 잇단 사망

경기 광주센터 50대 근로자 쓰러져 숨져
동탄과 용인센터서도 밤 근무 중 사망
경찰 "지병 가능성 등 사인 조사 중"

수도권의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새벽 배송 금지'를 놓고 논란이 거센 와중에 경기도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에 일하던 노동자가 연이어 숨져 경찰이 사인 규명에 나섰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야간 노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경기 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4분쯤 광주시 문형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남성 A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는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A씨는 지게차의 물건을 수레에 싣고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의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계약직으로 입사한 A씨는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하기로 돼 있었다. 최근 3개월간 주당 평균 근무일은 4.8일,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1시간으로 파악됐다.

쿠팡 물류센터 야간 노동자 사망은 닷새 전에도 있었다. 지난 21일 오후 10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신동 동탄1물류센터 식당에서 포장 업무를 하던 30대 근로자 B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B씨를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4일 "지병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소견을 내놨다. 화성동탄경찰서는 이를 토대로 B씨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20일 오후 9시 11분쯤에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쿠팡 물류센터에서 50대 C씨가 갑자기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 뒤 사망했다. 냉동창고에서 나오는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을 한 C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 최대 8시간가량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사건 역시 시신 부검을 진행하며 사인을 들여다 본 결과 평소 앓던 심근경색증이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것으로 결론 냈다.

야간 노동자들이 잇달아 숨지자 노동계는 야간 노동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송범 택배노조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잠을 자야 할 취약시간대 근무는 집중력을 떨어뜨려 안전상 문제도 있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쳐 택배 노동자 뿐 아니라 물류센터 근무자에게도 좋지 않다"며 "365일 24시간 쉼 없이 이어지는 고강도 배송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