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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환율 소방수 아냐"…고환율 지속되면 정책 '총동원'

이데일리 송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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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다른 국가 통화 대비 민감하게 반응"
"국민연금, 환율방어용 동원 아냐"
전략적 환헤지 가능성 열어둬
기업·증권사에도 'SOS'…"유인책, 필요하다면 언제든 검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송주오 강신우 기자] 고환율이 장기화하고 기업들의 내년 사업계획에까지 적신호가 켜지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환율 안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열어두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당장은 해외주식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기업들의 수출 대금 환전을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 등을 검토하지는 않고 있지만, 고환율 상황이 지속하고 원·달러 환율이 지금보다 더 급등한다면 대응책에 포함할 수 있다고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연금 동원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연금 지급을 위한 뉴 프레임 워크(새 운용체계)의 일환”이라고 일축했다.

“국민연금 해외투자, 원화 가치 하락 부추겨”

구 부총리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외환시장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환율 상황과 관련 “(대내외 요건 때문에)다른 통화 대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89.09(2020년 100)로, 한 달 전 대비 1.4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말(86.63) 수준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구 부총리는 원화 가치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증가를 지목했다. 국민연금의 해외자산은 지난해 말 519조 3000억원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580조 7000억원으로 늘었다.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의 자산이 현재 1400조원대에서 향후 360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국민연금이)보유한 해외자산이 외환보유액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수급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는 하락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 부총리는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국민연금이 미래에 연금지급을 위해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막대한 달러를 시장에 공급할 때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면서 결국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구 부총리는 이런 고민 끝에 기재부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간 ‘4자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을 마련코자 한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환율 방어에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한다는 지적에는 “뉴 프레임 워크는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거듭 항변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가능성엔 “국민연금에서 기금 운용의 전문성, 독립성을 고려해 복지부 장관 주재의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기재부는 기금운영위 일원으로 국민연금의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공공성 등을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필요하다면 기업 달러 환전 인센티브 등도 검토할 것”

정부는 최근 수출 기업들과 만나 외환 수급 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한 데 이어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 외환 담당자들을 불러 비공개회의를 여는 등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고환율이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로 수출기업의 네고(달러 환전) 물량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수출대금이 들어오면 일정 비율을 원화로 바꿔 운전자금으로 썼지만 올 들어 대미 투자로 인한 글로벌 생산비 확대와 해외 설비 확충 등을 이유로 달러를 그대로 쌓아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기에 ‘서학개미’로 일컬어지는 개인과 기관의 해외투자 증가가 맞물리며 달러 유출 구조는 더 고착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네고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손질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부총리는 환율 안정을 위한 수출업체 환전 유도를 위한 혜택이나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등에 대해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환율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정부는 외환보유고 확대와 통화스와프 체결, 건전한 재정운용이라는 ‘삼각 안정 전략’을 통해 환율 급등에 대응해야 한다”며 “외화건전성이 확보돼야 기업의 수출 경쟁력과 서민의 생활비 안정이 가능해 한국경제로의 위기 전이가 차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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