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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월 12만원 임금 떼여' 조사해놓고··· 파견직 중간착취는 보호 않는다는 노동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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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73>중간착취방지법, 파견노동자는 제외?
노동부 "공공에스크로 등 하도급에만 해당"
노동계 "착취 구조 비슷…법 보호 확대해야"


파견 업체들이 몰려 있는 경기 안산시 안산역 일대 사무실 앞에서 구직자들이 파견직 노동자 모집공고를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파견 업체들이 몰려 있는 경기 안산시 안산역 일대 사무실 앞에서 구직자들이 파견직 노동자 모집공고를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견업체에서 파견직 사무원으로 일하는 A씨는 소속된 파견업체 이름을 묻자 "잘 모른다"고 했다. 취업 사이트 공고를 통해 구직을 했는데, 와보니 파견직일 뿐이라는 것. 그는 자신이 일하는 원청이 원래 월급으로 얼마를 책정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파견업체를 통해서 최저임금만 받을 뿐이다.

2021년 4~12월 한국노동법학회가 고용노동부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파견근로계약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파견업체들은 매달 12만 원가량을 노동자 인건비에서 착복했다. 원청으로부터 관리운영비를 따로 지급받으면서도 관리비 명목으로 노동자 몫의 인건비에서 일부를 공제한 것이다. 근로자 파견계약서에는 시급을 9,270원으로 설정하고 노동자와 맺는 근로계약서에는 8,720원이라고 고지해 차액을 떼어 먹거나, 189만 원인 기본급을 근로계약서에는 184만 원이라고 적어 임금을 착취한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는 원청에 제출하는 파견비 산출내역에는 국민연금비 15만 원을 책정해 놓고 파견노동자에게는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아니라고 고지하거나 식비 20만 원 중 절반을 떼어가는 업체도 있었다.

그래픽= 김대훈 기자

그래픽= 김대훈 기자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파견 노동자의 임금 중간착취가 만연한데도 노동부가 추진하는 임금체불 및 중간착취 방지 대상에서는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공공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를 구축하고 원청이 직접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지급하게 할 예정인데, 하도급만 해당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공 에스크로와 발주자 직접 지급제는 원청과 하청으로 이어지는 하도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을 예방하는 제도"라며 "파견노동자는 하청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파견직의 경우 업무는 사업주 밑에서 하지만 고용책임과 급여지급 책임은 파견업체에 있기 때문에 원청, 하청으로 이어지는 하청노동자와는 고용형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별개 문제로 본다는 것.

하지만 파견 노동자는 원청의 업무지휘를 직접 받는다는 점만 도급과 차이가 있을 뿐, 나머지 간접고용 구조는 동일하다. 도급도 고용책임과 급여지급 책임이 하청업체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은 하청업체가 원청으로부터 받은 노무비를 움켜쥐고 내려주지 않거나 과도하게 수수료를 착복할 때 발생하며, 파견노동의 임금체불과 중간착취도 같은 형태다. 즉 위에서 내려준 인건비가 중간에서 사라지는 구조이다.

특히 정보기술(IT) 개발자 등 특정직종의 파견직 중간착취는 심각한 수준이다. 30대 개발자 B씨는 "신입 개발자 시절, '보도방'이라 불리는 인력파견 업체는 나를 4년 차로 소개하고 월 450만 원을 인건비로 받아 내겐 180만 원만 줬다. 오직 신입 개발자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연관기사
• 매달 평균 12만원 인건비 행방불명···고용부, 파견 중간착취 첫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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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일보가 용역·파견업체들의 임금 중간착취 실태를 보도한 후, 노동부가 실태조사까지 하고도 중간착취방지법 적용 대상에서 파견직을 제외하면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계 관계자는 "하청노동자든 파견노동자든 임금을 뺏기고 중간착취를 당하는 방식은 비슷하다"며 "노동자의 임금을 지켜준다는 제도 취지를 생각하면 파견노동자도 공공 에스크로와 발주자 직접 지급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청이 파견업체에게 보내준 파견료 중 노동자에게 반드시 가야 할 돈을 공공 에스크로를 통해 묶어두고, 이를 파견노동자에게 직접 보내자는 의견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에스크로제는 조달청이 사용하고 있는 하도급지킴이를 개편해 민간에 개방하는 방식이다. 공공 에스크로제가 도입되면 발주자는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비용 중 노무비(인건비)를 따로 떼어내 지급하게 된다. 노무비에 일종의 격벽을 설치하는 것으로, 하청업체는 노무비를 임의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발주자 직접 지급제도는 공공 에스크로로 보호되는 노무비를 발주자가 하청업체에 직접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해당 제도를 건설업과 조선업에 우선 적용한 뒤 사회적 대화를 통해 다른 산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연관기사
• "용역업체가 월급 100만원 떼가요" 막을 '공공 에스크로' 구축 추진···정부가 임금 전용계좌 제공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10413450001364)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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