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분원 관계자들이 전날 사고를 낸 렌터카 승합차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제주 우도에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60대 렌터카 운전자가 긴급체포된 가운데, 넉달 전 제주도가 8년 만에 완화한 우도 렌터카 운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제주동부경찰서 말을 들어보면, 전날 저녁 9시33분께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던 ㄱ(62)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상) 혐의로 체포됐다. 전날 오후 2시47분께 9인승 승합차 스타리아를 몰고 본섬 제주에서 우도 천진항으로 들어온 ㄱ씨는 도항선에서 내린 직후 100~150m를 빠른 속도로 주행해 보행자들을 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승합차 동승자 1명과 보행자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에서 ㄱ씨는 “차량 아르피엠(RPM·엔진 분당 회전수)이 갑자기 올라갔고, 그대로 차량이 앞으로 갔다”며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을 실시한 제주동부경찰서는 “현재까지 확보한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상으로는 차량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았다”며 “(급발진)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5일 해상에 발효된 풍랑주의보로 제주 본섬과 우도를 오가는 도항선 운항이 중단된 천진항에 인적이 끊겨 있다. 연합뉴스 |
사고를 낸 승합차는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렌터카로, 운전자 ㄱ씨를 포함해 전라남도에서 제주도로 여행 온 세쌍의 부부가 타고 있었다. 인명 피해를 입은 8명의 보행자도 모두 배에서 내린 관광객이었다. 제주도는 2017년 8월부터 ‘섬 속의 섬’인 우도의 교통 혼잡 해소와 안전 확보를 위해 렌터카는 물론 대여 이륜자동차와 전세버스 운행을 엄격하게 제한해왔으나, 이번 승합차처럼 65살 이상 어르신이나 영유아, 장애인이 탄 렌터카는 예외적으로 허용해왔다.
우도 주민 ㄴ씨는 “경험 많은 우리도 배에서 선착장에 차량이 내릴 때 바닥 접지력이 달라 바퀴가 헛돌면 엑셀(가속페달)을 밟을 때가 있다”며 “자기 차량이 아닌 렌터카를 모는 관광객은 엑셀을 세게 밟아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그래도) 차량이 먼저 내렸으면 안전했을 텐데, 평소 ‘차가 왜 먼저 내리냐”는 관광객의 민원이 많아 선사가 사람부터 하선시켜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앞에 걸어가던 사람들을 차량이 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도로가 좁은 우도에 렌터카가 늘면서 사고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제주도는 우도 안 차량 통행을 제한한 뒤 처음으로 관광객을 늘리겠다며 수소·전기차 렌터카와 16인승 전세버스의 운행을 허용했다. 대여 이륜자동차 등 통행제한도 모두 풀었다.
실제 제주도와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규제가 풀린 지난 8~10월 우도에 들어간 차량은 하루 평균 358대로, 1년 전(308대)보다 16.2% 늘었다. 같은 기간 관광객도 하루 평균 4250명에서 4575명으로, 7.6% 증가했다. 차량과 보행자가 동시에 늘어난 결과, 교통사고 환자 수는 17명에서 34명으로 두배 뛰었다.
우도 주민 ㄴ씨는 “장사하거나, 도항선 주주로 배당금을 받는 주민들은 차량이 많이 들어오길 바란다”면서도 “차가 늘어나서 위험하기도 하고 일상에 불편도 크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고를 낸 승합차의 경우 (기존에도 우도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우도면 차량 운행 제한 완화와 별개”라면서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년 7월까지인 (운행 제한) 완화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주민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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