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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손 들어준 새 종전안?…미국 “우크라, 돈바스 포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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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5일 미국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앵커리지/AP 연합뉴스

지난 8월15일 미국 알래스카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앵커리지/AP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전체 양보와 군축을 뼈대로 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서방 언론들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 대가로 미국이 ‘안보 보장’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재침공 위험을 감수하고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액시오스·아에프페(AFP) 통신 등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러시아 당국자들은 이런 내용의 종전안 기본 틀을 만들었다. 초안은 우선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에 강제 합병된 크림반도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의 격전지인 돈바스 전체 영유권을 포기하도록 한다.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점유 중인 도네츠크 면적의 4분의 1도 러시아에 내어주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한 돈바스는 ‘비무장지대’로 간주돼, 러시아 역시 군대를 배치할 수 없다. 돈바스 서쪽의 헤르손·자포리자주에선 현재 전선이 ‘동결’된다. 이 지역에서 양국의 구체적인 경계선은 추후 협상 대상으로 남겨둔다.



우크라이나가 군 병력을 40만명으로 축소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징집병 등 약 100만명 병력을 전선에 교대로 투입 중인데, 이를 절반 넘게 줄인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미사일 같은 장거리 무기를 포기하며, 미국의 군사 지원도 축소해야 한다. 이외에도 러시아어를 우크라이나어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공용어로 인정한다는 내용 등이 초안에 담겼다.



우크라이나가 이만큼을 양보하는 대신 미국은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기로 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러시아가 추가로 침공해오면 미국이 방어한다는 얘기다. 다만 미군 주둔이나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 등 안보 보장의 구체적인 방식은 확인되지 않았다.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는 지난 주말(15∼16일)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사무총장을 만나 이런 방안을 우크라이나 쪽에 전달했다. 윗코프 특사는 그를 만나기 앞서 러시아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해외 투자·경제 협력 특사와 초안에 대해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입안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종전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댄 드리스컬 미 육군장관과 랜디 조지 육군 참모총장이 20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종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종전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키이우(우크라이나 정부)가 그 요점을 받아들이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로선 이런 방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병력 열세인 우크라이나에 전세가 불리하지만, 격전지인 돈바스 ‘요새 벨트’가 단기간에 러시아 손에 떨어질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방어 중인 도네츠크에는 크라마토르스크·슬로우얀스크·포크로우스크 등 요새화 된 대도시가 남아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돈바스 내전 때부터 이들 도시 주변에 여러 겹의 참호·지뢰밭·용치(대전차 장애물)를 깔아둔 상태다. 방어선마다 드론(무인기) 집중감시와 실시간 포격이 이뤄지는 ‘킬존’(살상 구역)도 설정해뒀다. 러시아군이 축차적으로 병력을 붓고 손실하도록 강요해, 이들이 피흘리지 않고 도시를 차지하도록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앞서 도네츠크의 다른 요새 도시인 바흐무트 한곳을 점령할 때 2022년 4월께부터 2023년 5월까지 1년 넘게 혈전을 치렀다. 도네츠크 아우디이우카 역시 러시아군이 2022년 연말부터 포위망을 좁혀 지난해 2월에야 점령했다. 이처럼 전쟁이 ‘소모전’으로 흐르면서 올 들어 러시아가 새로 점령한 영토는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0.8%(약 5000㎢)에 그친다. 러시아군의 다음 공세 목표인 크라마토르스크·슬로우얀스크는 앞서보다 규모가 큰 대도시여서 점령까지 수년이 걸릴 거란 평가가 나온다.



반면 돈바스 너머엔 이만큼 강력한 방어선이 없다. 도네츠크 북쪽 경계로부터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강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을 이루는 평야이며, 요새화된 거점도 없다. 러시아로선 돈바스가 향후 키이우는 물론 유럽 서쪽을 향해 진군하는 데 전초기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러시아는 지난 7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 8월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등에서 줄곧 종전 조건으로 돈바스 영유권을 들이밀어 왔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포기가 “항복이나 다름없다”고 일축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외교정책 담당 연구원인 톰 라이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트럼프 행정부는 수개월 동안 러시아의 (돈바스 영유권 등) 요구들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지금을 이를 결국 받아들이는 듯하다”며 “(종전안은)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패배하지도 않은 적에게 사실상 항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19일 러시아군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테르노필의 아파트 앞에 구조대원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9일 러시아군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테르노필의 아파트 앞에 구조대원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러시아는 아직 종전안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종전 협상 관련해) 알릴 만한 새로운 진전이 없다”고 했다. 백악관은 로이터 통신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이날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한 뒤 종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올 초부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 있는 조치와 리더십,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강력하고 공정한 모든 제안을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만이 전쟁을 끝맺을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드론·미사일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 비상당국은 러시아군이 이날 오전 7시께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서부 테르노필, 동부 하르키우 등을 공습해 어린이 3명 등 26명이 숨지고, 어린이 18명 등 9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가 공격으로 무너진 테르노필에선 사상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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