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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났지만 짠한 우리 부장 보는 줄”…50대판 미생 ‘김부장’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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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홈페이지 갈무리.


“남편이 드라마 속 김 부장과 72년 쥐띠 동갑이고 김 부장처럼 통신회사에 다닌다. 이십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동료 두명은 이번에 회사 구조조정으로 결정된 지방 발령을 피하기 위해 희망퇴직했다고 한다. 짐 싸서 대낮에 집에 온 김 부장을 안아주는 아내 에피소드를 보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남편은 ‘피티에스디’(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오는 것 같다며 아예 못 보더라.”



서울 사는 주부 김아무개(53)씨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감상평이다. 김씨 남편처럼 피티에스디를 유발한다고 하소연하는 시청자들의 감상도 쏟아진다. 회사 내 위계 문화와 구조조정, 부동산 문제 등 현실을 중계하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린 ‘…김 부장 이야기’가 사회적 현상으로 화제를 낳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방영 중인 제이티비시(JTBC) 12부작 주말 드라마 ‘…김 부장 이야기’는 대기업 부장으로 서울에 자가를 소유하고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50대 김낙수(류승룡)가 롤러코스터의 내리막길을 달리듯 인생의 파고를 만나며 겪는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온라인 연재 때부터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 났던 송희구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드라마화한 것으로, 시청률은 1화 2.9%로 시작해 입소문을 타고 지난 16일 8화 4.7%까지 올랐다. 넷플릭스 티브이(TV) 부문에서도 1위를 지키고 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제이티비시 제공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제이티비시 제공


새로운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드라마와 현실을 비교하는 에스엔에스(SNS) 글들도 쏟아진다. 50대판 ‘미생’이라 불릴 정도로 승진 경쟁과 좌천, 희망퇴직 종용, 부동산 투자 실패 등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탓이다. 경기 하남에 사는 직장인 신아무개(52)씨는 “좌천이나 명예퇴직이나 상가 사기를 당하는 장면같이 너무 내 얘기 같은 부분이 나오면 괴로워서 끊었다 보기를 반복했다”며 “대학 동기는 페이스북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이 부장’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처지를 드라마에 투사하는 글도 썼더라”고 말했다.



김 부장의 부하 직원에게 이입하는 2030 시청자들의 반응도 만만치 않다. 한 대기업의 대리급 직원 이아무개(32)씨는 “김낙수에 제 상사 모습이 겹쳐 보였다”며 “말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일방적인 점, 팀원이 만든 피피티(PPT)를 보고 글자 크기, 색상처럼 의미 없는 것들을 디테일하게 고치라고 하는 모습도 정말 비슷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김낙수가 팀원들과 교류가 별로 없다가 갑자기 옥상으로 불러내 대화하자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 부장이랑 똑같다”며 “윗사람에게 넉살 좋게 대하며 사회생활 하는 ‘정 대리’ 캐릭터는 전 직장의 어느 동료와 정말 비슷해 회사원들은 다 비슷한 신세구나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가운데가 넉살 좋은 정 대리다. 제이티비시 제공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한 장면. 가운데가 넉살 좋은 정 대리다. 제이티비시 제공


이처럼 드라마는 주인공 김 부장뿐 아니라 부하 직원을 도구로 생각하는 임원과 유들유들하면서도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인사부장, 눈치를 보며 여기저기서 치이는 말단 사원까지 주변 인물들도 “우리 회사에 있는 그 사람”을 떠올릴 정도로 현실적으로 묘사되면서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을 얻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김 부장으로 대표되는 ‘낀 세대’는 열심히 일해도 돈이 없는데 누군가는 부동산을 통해 큰돈을 벌어 박탈감을 느끼고, 대기업에 다녀도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또 청년 세대는 ‘대기업에 다녀도 노후가 불안한데 나는 어떨까’ 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갖는다. 우리 사회의 각 세대가 안고 있는 불안감이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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