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사고 보상금 10억 맡겼다가…차 사고 집 짓고 ‘펑펑’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전신마비 판정을 받게 된 30대 남성이 훗날을 기약하며 부모에 10억 원을 맡겼으나 돈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챗GPT)

18일 JTBC ‘사건반장’애 따르면 명문대 출신의 전문직으로, 법인에서 근무하던 남성 A씨는 퇴근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게 됐다.

목 아래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고 오랜 기간 치료에 매달려야 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어 결국 오래 만난 연인과도 이별하게 됐다.

그럼에도 A씨는 회복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고 사고 이후 받은 보험금과 손해배상금 10억 원을 받아 독립을 결심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를 만류했고 결국 본가에서 함께 지내게 됐다.

부모와 같이 살게 된 이후 그는 “10억 원은 나중에 의료기술이 더 발전하면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으니 그 때를 대비해 쓰지 말자”고 했고 가족과 상의해 자신의 전 재산을 부모님에게 맡겼다.

그렇게 8년이 흘렀고 A씨는 훈련을 지속해 겨우 글을 쓸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 사이 A씨의 부모는 경기도 토지를 매입해 단독 주택을 지었으며 각각 차를 한 대씩 뽑았다. 그리고 막내 아들의 도박 빚까지 차용증을 받고 대신 갚아줬다.

A씨는 부모의 경제사정이 궁금했지만 매번 물어봐도 “넌 신경 쓰지 말라”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하지만 진실은 곧 드러났다. A씨의 건강이 악화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해지자 병원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며 통원할 생각으로 부모에게 맡긴 돈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부모는 “돈이 어디 있냐. 집 짓고, 동생 빚 갚는 데 다 썼다”며 “우린 너 돌보느라 몸이 다 망가졌는데 그 돈을 꼭 받아야겠냐. 우린 줄 돈이 없으니 그만 이야기하라”고 되려 화를 냈다.

A씨는 부모의 헌신을 알고 있기에 전액읕 돌려받을 생각은 아니지만 동생에게 빌려준 돈만큼은 돌려받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생은 빌려 간 돈조차 도박과 주식을 하느라 날렸고, A씨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모는 “동생의 가정을 깨뜨리지 말자”며 A씨를 설득하고 있다.

A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돼 심각한 통증 속에서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있다. 그런데 가족은 동생 가정을 위해 저만 희생하면 된다고 한다”라며 “제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도저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양지열 변호사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부모님이 쓰신 돈도 부당 이득이다”라며 “이건 분명하게 횡령”이라고 말했다.

동생이 빌려간 돈에 대해선 “차용증이 남아서 금액이 명확하다”며 “민사소송을 통해서라도 돌려받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