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 재정과 금융 완화 통해
경제 살리기 나선 일본 정부
160조 추경예산 준비하자
엔화값 유로대비 역대 최저
10년 국채금리 17년래 최고
중일 긴장감에 증시도 급락
경제 살리기 나선 일본 정부
160조 추경예산 준비하자
엔화값 유로대비 역대 최저
10년 국채금리 17년래 최고
중일 긴장감에 증시도 급락
과거 ‘아베노믹스’처럼 적극적으로 재정을 확대하고 금융 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사나에노믹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대규모 추경예산 편성 소식에 중·일 긴장감까지 확대되면서 18일 증시·채권·외환 시장 모두가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기록했다.
이날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전날보다 0.03% 오른 1.755%로 상승(채권값 하락)하며 2008년 6월 이후 17년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년물도 전날보다 0.07% 오른 2.81%를 기록해 1999년 6월 이후 약 2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금리가 오르면 정부는 물론이고 부채를 가진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채권뿐 아니라 외환시장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55엔대까지 상승했다.
엔화 하락 속도가 거세자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이 “매우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을 볼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며 “투기 동향을 포함해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을 주시하겠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멈추지는 못했다.
전날(현지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유로당 엔화값이 사상 처음 180엔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1999년 유로화가 탄생한 이래 엔화값이 180엔대까지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정부가 오는 21일 결정할 경제대책 규모가 예상보다 많은 17조엔(약 160조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정 악화 우려에 따라 엔화 약세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재무성이 준비 중인 17조엔대의 추경예산(보정예산)은 코로나19 사태 때의 대규모 예산 편성을 제외하면 2013년 아베 신조 내각 때 이래 최대 규모다. 닛케이는 “재정을 통한 투자·융자 등을 감안하면 20조엔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 일부 소장파 의원은 추경예산으로 25조엔을 요구하고 있어 적극 재정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추경예산은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거는 다카이치 내각의 첫 경제대책이 된다. 예산의 상당 부분은 고물가 대책에 활용되지만 인공지능(AI)과 반도체·조선·항공·우주 등 17개 전략 분야에 대한 투자에도 사용된다.
우에노 다케시 닛세이기초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지속적인 재정 확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로 채권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시장금리를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연합뉴스] |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인한 중·일 관계 악화는 주식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날 도쿄 증시에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3.22% 급락한 4만8702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5만선에 턱걸이하며 시장을 마친 닛케이지수는 이날 5만선이 뚫리더니 하락 폭이 더 커지며 4만9000선까지 내줬다.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소식이 확산된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AI와 반도체 종목에 대한 투자 경계감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한 보복조치로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린 데다 희토류 등으로 경제 제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을 위축시켰다.
닛케이는 “올해 1~9월 일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의 소비는 1조6443억엔(약 15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중국 정부의 여행 자제령으로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와 백화점 종목인 미쓰코시이세탄 등 내수 관련주 종목의 주가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와 회담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날 회담에서는 금융·경제·물가 동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금융정책 정상화 방향과 관련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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