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5월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CIA(미 중앙정보국) 국장과 국무장관 신분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차례 만났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은 17일 김정은에 대해 “그는 끔찍하고 악한 사람이었다”며 “김정은을 핵 포기로 설득할 ‘당근’이나 ‘채찍’은 이제 없다.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는 이제 (미국이 아닌) 베이징(중국)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공직 퇴임 후 미국 정부 관계 및 전략 자문 회사인 CNQ 그룹의 수장을 맡고 있는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날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국내 로펌 대륙아주의 미 워싱턴 자문사(D&A)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나는 김정은이 처음 만난 서방의 고위 인사였다”며 2018년 3월 CIA 국장 신분으로 평양을 극비리에 방문해 김정은과 북미 정상회담 안건을 논의하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김정은을 직접 만나 본 극소수의 미국인 중 한 명으로서 김정은에 대한 개인 감상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끔찍한 사람이다. 악한 사람이라는 의미”라며 “그는 한반도가 자신의 것이라고 믿고 있고, 북한이 부당하게 대우받아 왔다고 믿고 있으며 그것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결심하고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김정은과의 대화는 괜찮았다. 그는 매우 젊없다”며 “이후 김정은은 트럼프를 세 차례 만났지만 우리는 핵무기를 포기시키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는 내 판단에 따르면 김정은이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 회담을 전후해 나나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항상 베이징을 먼저 방문했고 회담이 끝난 후에도 베이징에 보고했다”며 “우리가 교섭한 상대는 김정은이 아니라 사실 시진핑이었다”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회담 이슈가 1기 때와 달리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는 점과 관련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우리가 얻었던 교훈을 받아들인 것 같고, 트럼프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본다”며 “즉 김정은이 북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을 핵 포기로 설득할 당근은 없고, 이미 북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채찍 수단도 다 사용했다”며 “결론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는 평양이 아니라 베이징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 역시 북핵 문제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설사) 협상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가 북미 회담 성과로 노벨평화상을 받으려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도 “이게 그 길일 것 같지 않다”며 “솔직히 북미 회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17일 미국 버지니아주 맥클린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박국희 특파원 |
김정은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정은이 정상화를 원할 것이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여전히 위협이 되는 한 어느 나라라도 북한과 정상화에 나설 이유는 없다”며 “막대한 재래식 무기, 정밀 유도 무기를 국경 바로 너머에 쌓아두고 있고 그 목표는 군사 시설이 아닌 서울의 민간인들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는 한 정상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북미 회담이 혹시 열린다면 과거와 달리 무엇을 해야 진전이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말해 북한과의 문제는 베이징에서 해결해야 한다. 핵무기를 북한에서 제거하는 것이 목표라면 그것은 시진핑의 허락과 지시 없이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며 “김정은과 대화하는 것은 흥미롭긴 하지만 실질적 가치를 주지는 않는다. 내가 만약 (과거와 달리) 다르게 할 수 있었다면 베이징을 상대했을 것이고,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억지하는 데 집중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진핑과 대화하는 것”이라며 “제네바 합의, 6자 회담 등 북한 관련 협상 역사를 모두 생각해보면 새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북한 내부에서 무언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지렛대가 없다”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가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것과 관련 “솔직히 말해 그 부분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지만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그 약속을 이행할 방법을 심도 있게 고민하길 바란다. 김정은은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잘못되는 순간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포함한 전 세계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미 의회에서 한국의 원잠 추진 관련 핵연료 공급 등의 협력을 위해 입법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초당적 승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전혀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다”며 “미 의회에서 어느 것도 당파적 이슈가 되면 통과시키기 어렵지만 이 문제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는 절대 조용히 물러가는 성격의 사람이 아니다”라며 “역사적으로 미 대통령들은 중간선거 이후 영향력이 줄어들지만 트럼프는 임기 내내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역사에서 관세는 거의 사라지는 법이 없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1기 관세를 거의 어떤 것도 철회하지 않았고 트럼프도 기존 관세를 철폐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비즈니스 리더라면 미국의 관세를 사실상 영구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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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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