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2.3 °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김대중 칼럼] 사법(司法) 허물기와 내란몰이의 한계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니스트
원문보기
댓글 이동 버튼0
집권 6개월도 안 돼
헌정 질서의 근간 흔들고
국민 얕보며 내란 딱지

‘權不3~4년’인 한국은
대통령들의 보호소도
정치 보복 장마당도 아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남강호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정권이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법 체제 허물기, 다른 하나는 내란 몰이다. 사법 체제 허물기는 이 대통령이 걸려 있는 형사사건을 아예 뭉개버려 그에 대한 사법 처리가 현직은 물론 퇴임 후에도 불가능하게 하려는 것이고, 내란 몰이는 이 나라 보수 세력의 맥을 끊어 좌파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정권은 이 두 가지 과제를 좌파 세력의 기(氣)가 살아 있고 대선 승리의 여운이 남아 있는 정권 교체 초기에 만사 제쳐두고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국민적 동의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사법 체제 허물기는 위헌이라는 선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우리 국민은 87 체제 이후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고 자부해 왔다. 세 번의 좌우 정권 교체를 이뤄내고 두 번의 현직 대통령 탄핵을 겪어내고도 헌정(憲政)을 유지해 온 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그만큼 우리의 민주주의는 성장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서 6개월도 안 돼 헌정 질서의 근간인 사법 체계를, 그것도 현직 대통령 한 사람의 존립을 위해 마구 흔들려 하고 있으니 국민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명색이 법을 공부했다는 사람이 “사법 위(上)에 입법이 있다”며 사법을 무릎 꿇리려는 발상 자체가 무섭다. 법만 고치면 다 되고 국민이 선택한 다수면 무소불위라는 발상은 정말 위험하다. 세계의 모든 독재자가 바로 그 길을 갔다. 더욱이 이 문제의 결정적 하자는 이것이 헌법적 접근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사법적 처리를 막기 위한 장치로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가 그 첫 출발점이다.

전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래서 결국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나 영어의 몸이 되고 부인과 더불어 법정의 피고인석(席)에 앉는 신세가 됐다. 인생 무상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다. 그가 법에 따라 대가를 치르는 것 역시 법치주의의 몫이다. 이 불행한 결정에 가담한, 또는 직간접으로 간여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 그것이 협의의 정치요 정권 교체의 실익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이것을 내란으로 승격(?)시켜 닥치는 대로 딱지를 붙이고 있다. 전임 정권 고위 공직자 거의 전부를 도마 위에 올리려는 거창한 정치 몰이다.

이것은 단순한 법적 처리의 범주를 넘어 보수 괴멸→좌파 승세→좌파 장기 집권으로 연결되는 수순으로 봐야 한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년 6월 치러질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겨냥한 보수 우파 죽이기 선거 전략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언론에는 연일 누구 압수 수색, 누구 체포, 누구 구속 등이 끊이지 않고 보도돼 온 국민에게 윤 정권 또는 보수 정권 전체가 계엄에 가담해 나라를 뒤집어엎으려 했다는 인상을 심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권력이란 그것을 아무리 잘 관리한다 해도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국에서는 권불 5년이 아니라 권불 3~4년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권력 좀 쥐었다고 사법을 축내고 보수를 죽이면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을 너무 얕본 것이다. 그 잘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 1년 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뉴욕 등 주요 중간선거에서 3대 0으로 졌다. 트럼프를 만들어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 내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이탈자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려고 트럼프를 뽑은 건 아닌데…”라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의 개딸들이라고 독야청청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무리한 사법 허물기는 좌파 세력 특히 젊은 세대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나온다.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해 “이재명 한 사람 살자고 우리가 다 같이 목맬 수는 없다”는 소리도 들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상황 판단을 잘못해서, 부인을 너무 아낀 나머지 무리수를 두고 그 무리수가 위험한 위헌적 도박이라는 것을 몰랐던 죄과를 오늘날 대한민국 보수·우파 국민이 도매금으로 지는 것은 그렇다 치자. 그래서 보수와 국민의힘은 지금 맥을 못 추고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 대가로 좌파 대통령의 혐의를 씻는 면책을 보장하는 또 다른 ‘도피처’가 되는 것을 용인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대통령들의 보호소도, 피난처도, 정치 보복의 장마당도 아니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더보기

[김대중 칼럼니스트]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김민종 미우새 논란
    김민종 미우새 논란
  2. 2이이경 유재석 패싱 논란
    이이경 유재석 패싱 논란
  3. 3차태현 성격 논란
    차태현 성격 논란
  4. 4박나래 주사이모 논란
    박나래 주사이모 논란
  5. 5윤태영 웰터급 챔피언
    윤태영 웰터급 챔피언

조선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