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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우정의 첫 시련" 19살 청춘이 기억할 '우리의 이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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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의 이름(이상록 감독)' 언론시사회가 17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사진=JTBC엔터뉴스 DB〉

영화 '우리의 이름(이상록 감독)' 언론시사회가 17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됐다. 〈사진=JTBC엔터뉴스 DB〉




한국 청춘 독립영화가 보여주는 새 얼굴들은 늘 흥미롭게 신선하다. 충무로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미성숙하지만 성숙해야만 할 것 같고, 더 나아가 이미 성인이 된 것만 같은 열아홉 그 시절. 인생의 첫 시련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도 가장 높은 시기에 꿈이 있지만 이룰 수 없는 너와, 진짜 꿈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는 나는, 주어진 환경에 좌절하고 어른들에 의해 휘둘리다 누구의 잘못인지도 알지 못한 채 서로를 응원하던 우정마저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청춘 독립영화 바이블로 손꼽히는 '파수꾼'과,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로 평단의 호평을 불러 일으킨 '3학년 2학기'의 알짜배기 소재를 쏙쏙 뽑아낸 듯한 '우리의 이름(이상록 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실제 특성화고를 졸업한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높인다.






단편 '유령의 집' '집으로 가는 길' '앙상블'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이상록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우리의 이름'은 청소년과 청년 사이, 남들보다 빠르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영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는 19살 학생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내 이 시대 청춘의 고민과 현실을 생생하게 전한다.

이상록 감독은 "실제로 공고를 다니면서 여러가지 실습을 하고, 자연스럽게 취업 준비를 하다 현장 실습까지 나가게 되면서 '내 길이 아니구나'를 직접 체감하고 영화감독으로 진로를 틀게 됐다. 학창시절부터 꿈꿔왔던 꿈을 외면하고 도망가기 바빴던 시간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았던 가짜 목표를 좇아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첫 장편 영화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그 시절의 나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을 꿈꾸고 실행에 옮기게 만든 시초가 특성화고에 다니던 학창시절이었기 때문에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싶었고, 제가 스스로 느끼는 감정과 갈등이 많이 닮아 있기도 했다. 영현A와 영현B 캐릭터를 통해 풀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이름'을 통해 사실상 첫 인사를 건네게 된 네 배우 정순범 민우석 이상하 김태현은 충무로의 샛별이자 기대주로 곧바로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만든다. 어색함 없는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이 찰나의 행복함 뒤로 때론 긴장감을, 때론 분노를, 때론 서글픔을 자아내면서 자연스럽게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나의 과거를 반추하게 만든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꿈을 포기하고 공업고로 전학을 와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소년 영현B 역의 정순범은 "영현B는 왜 공고로 전학을 와야 하는지 과거사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다른 선택이 많은데 왜 이 선택을 했을까에 대한 타당성을 붙여주고 싶다.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나온 결론은 '회피형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그걸 콘셉트로 '이 아이는 어떻게 하면 도망갈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도망간 결과가 지금 영화 안에서 보여지는 모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꿈이 무엇인지 모른 채 앞으로 나아가는 청춘의 불안과 희망, 그리고 담백하게 보여주는 영현A 역의 민우석은 "어느 고등학교에나 있을 법한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히 극 중 시종일관 함께 하는 정순범과 민우석은 실제로 두 달 정도의 촬영 기간동안 한 숙소에서 생활하며 지냈다고. 정순범은 "형 덕분에 심적으로 편안함을 많이 느꼈다"는 마음을 표했고, 민우석 역시 "제가 부족한 부분을 너무 잘 받아줬다. 많이 배웠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고마워했다.







분위기메이커로 쾌활하면서도 눈앞의 현실에 있는 그대로 순응하는 종수 역의 이상하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2년이 지난 관계로 '어떻게 하면 어려보일 수 있을까'를 제일 많이 고민했다. 피부 관리도 열심히 했다"고 토로해 웃음을 자아내더니 "어떻게 보면 가장 자유로운 캐릭터라 정말 친한 동성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분위기를 많이 생각했다. 영화에 유쾌함을 불어 넣으면서 이야기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상하는 네 배우가 현실 친분을 다지는데도 맏형으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어리숙한 모습으로 친구들에게 장난스런 몰이를 당하기도 하지만 착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무리의 평화를 지키는 주왕 역의 김태현은 "현실 우정의 한 축으로 공감을 드리고 싶었고, 차분하면서도 밝은 캐릭터로 튀지는 않지만 잔잔한 존재감이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썼다"며 "처음엔 이 역할과 제가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너에게서 내가 생각하는 주왕이가 자꾸 보여'라고 하시더라. 저도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과 영화 속 캐릭터를 매칭시켜봤고, 그 중 주왕이와 가장 닮은 친구의 모습을 조합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배우들은 작품을 위해 참고한 영화와 기억에 남는 장면, 그리고 개개인의 롤모델을 꼽기도 했다. 정순범은 "'3학년 2학기'를 촬영 들어갈즈음 부국제에서 봤다. 인문계 출신이라 공고 생활을 잘 몰랐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저는 장면보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그 나이 땐 속마음을 잘 이야기 못하잖아'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인 것 같다. 롤모델은 박정민 배우님 너무 좋아한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민우석은 "원래도 좋아했는데 촬영 전 '파수꾼'을 한번 더 보면서 인물들간의 미묘한 대립을 많이 관찰하려 했다"며 "롤모델은 너무 많은데, 제일 좋아하는 배우는 이병헌 선배님이다"라고 귀띔했고, 김태현은 "저도 '파수꾼'을 봤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상하와 김태현은 네 친구의 극과 극 분위기를 보여주는 목욕탕신을 명장면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배우들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각 캐릭터의 성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정순범은 "영현B는 몇 년 간은 순리대로 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화산 폭발하듯 펑 터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변화할 것 같다"고 분석했고, 민우석은 "영현A는 감독님처럼 이렇게 좋은 무대에서 간담회도 하고, 머리도 예쁘게 자르고 와서 인사하지 않을까 싶다"고 상상해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이상하는 "종수는 장가가서 아기 낳고, 그렇게 아주 평범하게 살지 않을까 싶다. 그런 캐릭터를 모델로 삼아 연기하기도 했다", 김태현은 "주왕이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무엇이든 눈 앞에 놓여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라고 봤다. 최선을 다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노력했을 것 같다"고 읊조려 애틋함을 더했다.

'우리의 이름'은 남고생들, 그것도 공업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다루지만 흔히 등장하는 물리적 학교 폭력의 그림자는 내비치지 않는다. 퀴어도 아니다. 때문에 각 인물들의 심리, 내면을 보다 더 섬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가운 관전포인트다. 진정한 해피엔딩에 대한 감상도 관객마다 다를 터. 이상록 감독은 "한 명 한 명의 도움과 성원 덕분에 결과물을 낼 수 있었고, 이렇게 스크린에 걸리는 과정 자체가 영광스럽고 벅차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많은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인사했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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