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유혈진압' 하시나 전 방글라 총리 사형 선고

[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대학생 반정부 시위로 실각해 인도로 도피한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자국에서 열린 재판에서 시위 유혈 진압을 지시한 혐의가 인정돼 사형 판결을 받았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다카 법원은 현지시간 17일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한 궐석 재판에서 반(反)인도적 범죄로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하시나 전 총리의 살해 지시와 유혈 진압 조장, 잔혹행위 방치 등 "3가지 혐의가 유죄로 판명됐다"면서 "반인도적 범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충족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그에게 단 하나의 형량, 즉 사형을 선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사형 판결이 나오자 법정을 메운 청중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7월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할당에 반대하는 대학생 시위를 무력 진압하도록 지시해 유엔 추산 최대 1,400명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유혈 진압에도 시위가 잦아들지 않자 지난해 8월 총리직에서 물러나 인도로 달아났고, 이후 집단살해 방지 실패·조장 등 반인도적 범죄 혐의 5개로 기소돼 검찰로부터 사형을 구형받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법원에 지난해 7~8월 하시나 전 총리가 학생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살상용 무력을 사용하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시나 전 총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인도에 계속 머물고 있지만, 이번 판결로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하시나 전 총리를 자국으로 송환하라고 인도를 압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한 상태로,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작년에 송환을 공식 요청했지만 인도는 이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판결 이후 하시나 전 총리는 성명을 내고 자신에 대한 판결이 "편향됐고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면서 "민주적 권한이 없는 비선출 정부가 만들고 주재하는 조작된 재판소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시나 전 총리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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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경(highje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