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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이 대중·대러 전초기지 되라는 주한미군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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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월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사령부에서 한국 국방부 기자단과 문답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월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사령부에서 한국 국방부 기자단과 문답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 제공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7일 중국·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실상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전초기지’가 될 것을 요구했다. 나아가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넘어 한·일·필리핀이 손잡을 때 얻어지는 이점도 강조했다. 미국이 볼 때 한반도는 중국의 턱밑에 자리한 ‘군사기지’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5천만명 넘는 동맹국 시민들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군사적 효율성’만을 앞세워 동맹국에 무리한 역할을 떠넘기려는 공개 언동을 멈추고, 한·미 정치 지도자들이 내리는 결정을 뒷받침하는 본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주한미군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동아시아의 지도를 동쪽 방향을 향해 위로 들면 한반도와 관련한 “완전히 다른 전략적 지형이 드러난다”며 “주한미군은 원거리에서 증원을 필요로 하는 대기 전력이 아니라 미군이 위기 상황이나 유사시에 뚫어내야 하는 방어막 안쪽에 이미 배치된 전력임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또 서울과 평양·베이징·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거리를 열거하며 “한국은 러시아의 북방 위협에 대응하는 것과 동시에 한-중 사이 해역(서해)에서 중국 활동에 대응하려는 서구에 접근성을 제공한다”, “베이징 시각에서 보면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군 전력은 원거리 전략이 아니라 중국 주변에서 즉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접한 전력”이라고 적었다. 한반도를 미국의 군사적 편의에 따라 얼마든 쓸 수 있는 ‘발진기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한·일·필 사이에 ‘전략 삼각형’을 그을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3국 협력을 강화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1950년 초 미국의 방어선인 ‘애치슨 라인’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한국전쟁이라는 처참한 비극을 겪었다.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해 같은 실수를 막으려는 브런슨 사령관의 선의를 받아들인다 해도, 이번 발언은 일개 군인이 입에 담을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것이다. 그의 제언이 현실화되면 한반도는 주한미군의 ‘발진기지’로 전락해 중·러의 보복 공격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군의 활동 범위 역시 남중국해까지 단숨에 확장된다. 이런 얘기가 브런슨 사령관에겐 참신한 ‘전략적 제안’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생사가 걸린 문제다. 굳이 지도를 거꾸로 들지 않아도 한반도가 전략적으로 너무 민감한 곳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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