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천만영화 국보 19일 국내 개봉
재일한국인 감독 이상일 연출작
"그 어떤 괴로운 일이 있어도 너는 재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어."
영화 '국보'에서 가부키 명문가의 수장 하나이 한지로(와나타베 켄)가 제자 키쿠오에게 건네는 이 한마디에는 여러 층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아들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제자를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이자, 혈연보다 예술을 우선하는 장인의 태도가 그대로 녹아있다.
일본에서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실사영화 역대 흥행 1위에 다가선 '국보'가 오는 19일 국내 개봉한다. 내년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일본 대표로 출품될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재일한국인 감독 이상일 연출작
영화 '국보' 보도스틸 미디어캐슬 제공 |
"그 어떤 괴로운 일이 있어도 너는 재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어."
영화 '국보'에서 가부키 명문가의 수장 하나이 한지로(와나타베 켄)가 제자 키쿠오에게 건네는 이 한마디에는 여러 층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아들과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제자를 향한 진심 어린 조언이자, 혈연보다 예술을 우선하는 장인의 태도가 그대로 녹아있다.
일본에서 1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실사영화 역대 흥행 1위에 다가선 '국보'가 오는 19일 국내 개봉한다. 내년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일본 대표로 출품될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패왕별희'가 중국 경극이라는 전통예술을 세계 무대에 각인시켰다면 '국보'는 일본 가부키의 미학과 예술가의 집념을 정교하게 비춘다. 그 중심에는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누구보다 높은 벽을 넘어야 했던 소년, 타치바나 키쿠오가 있다.
야쿠자 집안 출신인 키쿠오는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가부키 명문가 한지로에게 입양된다. 이방인으로 가부키 세계에 들어선 그는 한지로의 아들 ?스케와 성장 과정 내내 얽히고 설킨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라이벌 구도를 넘어 예술이라는 절대적 기준 앞에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스케에게 키쿠오는 자신을 예술가로 단련시키는 자극이자, 넘어야 할 벽이다. 키쿠오에게도 역시 ?스케는 넘어야만 하는 숙명이자 가부키라는 세계가 요구하는 정통성의 상징이다.
원작자 요시다 슈이치는 3년간 가부키 분장실을 직접 드나들며 이 세계를 기록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상일 감독은 이러한 현장성과 디테일을 영화의 시각적·감정적 리듬 속에 유려하게 녹여낸다. 분장이 완성되는 순간부터 무대 위 배우의 섬세한 몸동작까지 단순한 가부키 공연의 재현이 아니라, 카메라의 관찰과 편집의 호흡으로 완성된 영화적 해석에 가까워 보는 재미가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러한 섬세한 연출과 맞물려 영화의 설득력을 한층 끌어올린다. 성인 키쿠오를 연기한 요시자와 료는 여성 역을 전문으로 하는 온나가타의 몸짓을 체화하기 위해 1년 반 넘는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이 얄미울 정도로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주문을 쏟아냈지만, 그 속에서 제가 해낼 수 있다는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스케 역의 요코하마 류세이는 명문가 적자로서의 특권, 압박, 질투가 혼재된 복잡한 감정을 설득력 있게 구축한다. 여기에 와타나베 켄은 전통의 무게를 지닌 장인으로서 작품의 중심축을 단단히 잡아준다.
'국보'는 무엇보다 재일한국인 감독 이상일(사진)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작품의 힘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감독 자신이 일본 사회에서 '적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방인'이듯, 키쿠오의 여정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러닝타임이 175분에 달하나 전통예술의 미학, 치열한 경쟁의 드라마, 그리고 예술의 본질을 탐색하는 질문이 흥미롭게 어우러져 시간가는 줄 모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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