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기선 HD현대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뒷줄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향후 5년간 국내에 각각 450조원, 12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기업 역사상 각각 역대 최대 규모 국내 투자다. 이번 투자 발표는 16일 이재명 대통령과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 회의를 가진 직후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한미 관세 협상 이후 대규모 대미 투자에 따른 국내 투자 공백 우려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요청에 각 기업이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우선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2029년까지 신규 반도체 라인인 평택 5공장(P5)을 건설하는 것을 포함해 국내에 450조원을 투자한다. 차세대 반도체 공장인 평택 5공장은 골조 공사가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에서 승인됐고, 조만간 2028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인수 완료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의 생산 라인을 광주광역시에 건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직전 5년(2021~2025년) 대비 연평균 국내 투자액이 40% 늘어난 규모다. AI,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로봇, 수소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50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고전력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신제품과 핵심 분야 기술 개발 확보를 위한 R&D(연구·개발) 투자에 38조5000억원이 책정됐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한국을 미래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도약시켜 국가 경제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총수들 만난 李 “규제 지적해 주면 신속히 정리할 것”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 회의’를 주재하고 기업인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국내 투자 등을 주문했다.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참석했고, 한화그룹에서는 UAE 출장 중인 김동관 부회장을 대신해 여승주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통상 안보 협상 과정에서 가장 애를 많이 쓰신 것은 역시 여기 계신 분들을 포함한 기업인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는데, 그 걱정들은 없도록 여러분이 잘 조치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지난 14일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핵심으로 하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에 국내 투자 확대를 주문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9월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을 국내에서 고용하고, 연구 개발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그룹은 2028년까지 128조원의 국내 투자가 예정돼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약 60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래 기술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예정된 100조원 국내 투자의 60%를 소재·부품·장비 기술 개발과 확장에 투입해 이 분야 협력사들과 함께 경쟁력을 높이며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주축인 HD현대와 한화그룹도 향후 5년간 국내에 각각 15조원과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5000억원인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1조원까지 키우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정말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여러분이 제일 필요한 게 규제 같다. 완화, 철폐 등 가능한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제가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했다.
[이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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