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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필향만리’] 取瑟而歌 使之聞之(취슬이가 사지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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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불설지교(不屑之敎)”라는 말이 있다. ‘설(屑)’은 ‘결(潔·깨끗할 결)’과 같은 뜻이다. 불설지교(不屑之敎)는 ‘상대방을 깨끗하다고 여기지 않아 아예 가르침을 주지 않는 것 자체가 오히려 좋은 가르침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에서 제외되었음을 깨닫게 하여 반성하도록 함으로써 정진하게 하는 교육방법을 이르는 말인 것이다. 『맹자』의 ‘고자’ 하편 16장에 나오는 말이다. 이 불설지교라는 교육방법을 제시한 것은 훗날의 맹자이지만 몸소 시범을 보인 것은 공자가 먼저이다.

取: 취할 취, 瑟: 비파 슬, 歌: 노래 가, 使: 하여금 사, 聞: 들을 문. 비파를 가져다 노래 불러 그로 하여금 듣게 하다. 23x73㎝.

取: 취할 취, 瑟: 비파 슬, 歌: 노래 가, 使: 하여금 사, 聞: 들을 문. 비파를 가져다 노래 불러 그로 하여금 듣게 하다. 23x73㎝.


범법자인 유비(儒悲)라는 자가 사람을 보내서 뵙기를 청하자, 공자는 병을 핑계로 만남을 거절했다. 그러나 심부름꾼이 문을 나서자마자 비파를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서 심부름꾼으로 하여금 듣게 하였다. 병이 없으면서도 일부러 만나지 않으려 함을 알게 함으로써 멋진 불설지교를 실행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불설지교의 대상이 참 많지만 정작 그런 가르침을 깨닫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어차피 못 알아듣는 사람만 넘치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욕하기 전에 내게 불설지교를 베풀 자격이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사람 돌려세워 놓고서 비파를 타는 멋진 연출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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