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관련 민관 합동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 7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뭐든지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인들이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삼성·SK·현대차·LG·HD현대·셀트리온·한화의 총수 등과 만나 국내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요청했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이 끝나고, 양국이 서명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급증해 발생할 수 있는 ‘제조업 공동화’에 적극 대응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에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화답했다고 한다.
관세 협상 타결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수출품이 일본·유럽연합(EU)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우리 기업들과 정부는 큰 투자 부담을 지게 됐다. 정부 주도 2000억 달러 투자와는 별도로 기업들은 1500억 달러의 마스가(한미 조선 협력) 투자를 해야 한다. 또 한국의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기업들은 한미 정부 간 협상과는 별개로 1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계획을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이 부담할 마스가 및 개별 투자액 3000억 달러는 올해 한국 내 제조업 설비투자 1000억 달러의 3년 치에 해당한다. 시간을 두고 나눠 투자한다고 해도 국내 투자 여력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들이 제공해 온 양질의 국내 일자리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 기업들이 적극적인 국내 투자 방침을 밝힌 건 고무적이다. 삼성은 앞으로 5년간 국내에 총 450조 원을 투자하고, 6만 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평택캠퍼스 최첨단 공장도 2028년까지 완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이전 5년간 투자한 것보다 36조1000억 원 많은 125조2000억 원을 향후 5년간 국내 자동차·AI·로봇·수소 산업에 투자하고, 내년에만 1만 명을 신규 고용하기로 했다. SK그룹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대한 투자 증액을 준비 중이고, LG그룹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집중 투자 방침을 밝혔다. HD현대와 한화오션은 국내와 해외 공장을 동시에 확대할 방침이다.
부담스러운 대미 투자는 분명 한국의 ‘세계 6위 제조업 강국’ 위상을 위협할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국내 연구개발(R&D) 역량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경쟁력을 지키는 데 성공한다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한국이 ‘제조업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 기업들의 투자·고용 의지를 북돋울 확실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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