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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과 세상]두꺼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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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꿈에
두꺼비들은 저마다 하나의 깊은 생각이었다
갑자기 뭍으로 나온 깊은 생각들이 펄쩍펄쩍 뛰었다!
깊은 생각 한 마리가 내 손을 앙 물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깊은 생각의 급습을 받아들였다
무서워서
깊은 생각은 늘 그렇게 그토록 무서운 것이어서
나는 한 발짝 물러나며 깊은 생각들이 단체로 도로를
건너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깊게 부풀어오른 몇몇 생각은 차에 치여 뻥뻥 터졌다
하지만 깊은 생각은 원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사체는 흔적도 없었고
다만 뻥뻥 터진 소리 후의 깊은 정적만이
좀더 깊어져 있을 뿐이었다
두꺼비들은 알을 낳으러 가고 있다고 했다
연못으로 가서 알을 낳고 죽을 거라고 했다
깊은 생각이 좀더 깊어질 생각을 낳고
기체처럼 사라진다고 했다
내 손을 앙 문 깊은 생각은 벌써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지만
아까 깊은 생각에게 물린 자리가 뒤늦게 아려왔다
이빨 자국마저 선명했다.

황유원(1982~)

지난밤 시인은 두꺼비들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 그 두꺼비들은 더 이상 길한 존재들이 아니라, 시인에게 와서 “깊은 생각”의 덩어리들이 된다. 독을 품은 두꺼비들의 몸을 입고 “갑자기 뭍으로 나온 깊은 생각들”은 펄쩍펄쩍 뛰기도 하고, 시인의 손을 물기도 한다. 시인은 그 “깊은 생각의 급습”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어두운 내부를 구석구석 비추고 드러내는 생각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날들, 어느 날은 그 깊은 생각들이 “단체로 도로를 건너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한다. 몇몇은 “차에 치여 뻥뻥 터”지기도 한다. 미처 길을 건너지 못하고, 더 많은 생각의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길에서 죽은 두꺼비들. 우리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생각들. 그 생각들은 만질 수도 없고, 흔적도 없지만, 무언가에 물린 “이빨 자국”처럼 선명하고 아리다. 두꺼비 한 마리가 지나간다. 깊은 생각의 숲이 지나간다.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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