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속
건너고 싶은 강
하나 있었네
오랜 싸움과 정처 없는
사랑의 탄식들을 데불고
인도물소처럼 첨벙첨벙
그 강 건너고 싶었네
들찔레꽃 향기를 쫓아서
작은 나룻배처럼 흐르고 싶었네
흐르다가 세상 밖에 어느 숲 모퉁이에
서러운 등불 하나 걸어 두고 싶었네.
- 곽재구 '강'
인간이란 세상이란 강을 건너 훗날 저승의 물살로 휩쓸려가는 존재가 아닐까. 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도 마음속엔 누구나 강 하나를 품고 산다. 기억이 흐르고 추억이 흐르고 슬픔도 기쁨도 모두 강 저편으로 떠내려간다. 아무리 애를 써도 멈추지 않는 시간과 공간의 강.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매 순간 저 강은 우리의 발목을 적신다. 하지만 그 강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나룻배처럼 흐름을 견디며 자신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내가 걸어둔 등불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된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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