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AI 연말 광고’의 앞부분을 GFRUN 프로그램을 통해 편집한 것. 코카콜라 유튜브 계정 및 GIFRUN |
“올해는 트럭 바퀴가 그냥 미끄러지지 않고 꾸준히 돌아간다. 눈에 띄는 유일한 개선점이다.”(미 IT 매체 ‘더 버지’)
글로벌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크리스마스 광고를 선보이면서, 광고업계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지 완성도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크리스마스 정서를 ‘영혼 없는’ AI 기술로 표현한 데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제의 광고는 1995년 방영된 ‘연휴가 다가온다(Holidays are coming)’ 광고를 AI 기술로 오마주한 것이다. 코카콜라 로고가 그려진 빨간 트럭 행렬이 숲길과 주택가 등을 지나면, 그 뒤를 따라 크리스마스 조명이 켜지고 연말 분위기가 번지는 원작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랐다.
코카콜라는 지난해에도 같은 콘셉트의 광고를 100% AI로 제작해 혹평을 받았음에도 올해 동일한 시도를 반복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각 장면마다 트럭 크기와 바퀴 갯수가 다르다”거나 “실사와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왔다갔다 한다”는 등 냉소 섞인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카콜라는 왜 크리스마스 광고를 2년 연속 AI로 만들어 논란을 자초했을까. 업계에서는 가장 큰 이유로 제작비 절감을 꼽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광고 제작 비용에 대해선 언급을 거부했지만 제작 기간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프로젝트를 1년 전부터 시작해야 했는데 이제는 한 달 정도면 끝낼 수 있다”(최고마케팅책임자 마놀로 아로요)는 것이다. 코카콜라 측은 AI 광고의 질 역시 “지난해보다 10배는 나아졌다”(글로벌 부사장 프라틱 타카르·헐리우드 리포터)고 자평했다.
코카콜라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소비자 평가를 기반으로 광고를 분석하는 영국의 ‘시스템1’에 따르면, 코카콜라 AI 광고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장·단기 시장 점유율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코카콜라가 AI로 만든 크리스마스 광고에서 매 장면마다 트럭의 크기와 바퀴 갯수, 위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밝힌 이미지. 디노 버비지라는 AI 전문가가 만든 것이다. 디노 버비지 링크드인 캡처 |
코카콜라는 앞으로도 ‘AI 광고’ 제작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카콜라의 글로벌 부사장 프라틱 타카르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AI광고에 대한 불만은 주로 업계 종사자에게서 나온다”며 “지니는 이미 램프에서 나왔고, 다시 집어넣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AI 광고’ 시대는 이미 시작됐고 되돌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도 AI로 인해 광고 노동자 감축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올해 8월 미국의 광고대행사 임원 2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브랜딩 전략 컨설팅 기업 ‘선업’)에 따르면, 응답자의 91%는 향후 AI로 인해 직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57%는 이미 신입 채용을 늦추거나 중단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처럼 따뜻한 정서를 다루는 광고가 100% AI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마음이 복잡해지는 건 사실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세계 최대 기업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놓고 이를 자랑스레 떠벌리는 모습은 마치 스크루지를 연상시킨다”고 코카콜라를 비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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