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낯섦이 여운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3시간.
지난 10일, 일본에서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실사 영화가 탄생했다. 이상일 감독의 '국보'다. 2003년 개봉한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 2'을 꺾고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를 앞두고 있다. 23년 만의 기록이다.
예쁘지만 낯설고 이상해...
가부키라는 전통 연극은 모두가 들어보긴 한 장르다. 하지만 이미지로만 익숙했을 뿐, 가부키 연극을 실제로 소리, 몸짓, 표정과 함께 접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국보'를 통해 가부키를 처음 접했다. 너무 예쁜 남성이 과장된 목소리로 여성 역할을 하는 순간,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거부감이 잠깐 스친다.
하지만 곧 빠져든다. 극에 대한 친절한 설명 자막(이상일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더라)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몸짓이 흥미진진하다. 배우들의 서사와 함께 가부키라는 영역에 몰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부키 처음 보는 거 맞거든요, 재능이 연기로 되네
야쿠자 집안의 아들 키쿠오(아역 쿠로카와 소야, 요시자와 료)는 온나가타(여자 역을 맡는 남자 배우. 여성은 무대에 설 수 없었다)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인물이다. 수려한 외모부터 섬세한 손짓. 가부키 명문가 하나이 한지로(와타나베 켄)의 이목을 끌고, 운명의 장난처럼 그의 제자로 맡겨지게 된다.
하지만 가부키는 이방인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집안 대대로 계승하는 고귀한 예술이기에 '혈통'이 가부키 세계에서는 가장 중요하다.
하나이 한지로는 키쿠오의 능력을 알아봤다. 하지만 그에게는 가문을 이을 아들 슌스케(요코하마 류세이)도 있다.
두 아역 모두 아이돌 같은 외모로 가부키 무대를 선보인다. 너무 신기한 건, 아이들을 보다보면 따라할 수 없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게 누구인지 짧은 몸짓만으로도 관객들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완벽한 연습과 이상일 감독의 연출이 만든 것일까.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한 예술의 세계, 배우들이 연기하는 성장이 경이롭다.
미모에 홀리고 광기에 흔들리고
가부키의 세상은 재능과 피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키쿠오는 천재성만 있다. 가부키 업계에서는 실력과 별개로 '근본 없는 자'다.
하나이 한지로도 아들 슌스케보다 뛰어난 키쿠오를 인정하고, 그를 더 중요한 무대에 먼저 세우려 한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에서는 자신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아들을 신뢰하는 게 더 당연한 사람이다.
슌스케와 함께 다니며 키쿠오의 갈망은 더욱 커진다.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달라지는 것 같은 자신의 운명에 키쿠오는 슌스케에게 "네 피를 마시고 싶다"는 발언까지 한다.
슌스케는 자신이 가야하는 길이 당연한 상황 속에서 갈등을 느끼고, 이미 자신보다 앞서있는 키쿠오를 보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서로 같은 듯 다른 두 사람의 집착은 각자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들이 느끼는 고통은 긴 러닝타임에 겹겹이 새겨진다. 수려한 두 배우 비주얼에 홀려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광기 넘치는 삶에 고개를 젓게 된다.
3시간? 길긴 한데…
175분이다. 하지만 걱정한 것보단 시간이 빨리갔다. '국보'의 연기를 보고 충격을 받고, 그를 동경하며 최고의 무대를 꿈꾸게 된 키코우는 과연 어떤 것을 얻고 무엇을 포기한 걸까. 여운이 남는다.
한 사람의 인생이 정성스럽게 담긴 '국보'. 잔잔하지만 충격의 연속이고 반전은 없지만 예상치 못한 전개가 끊임없이 들이치는 게 매력이다. 11월 19일 개봉. 러닝타임 174분 58초. 15세이상 관람가.
사진= NEW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