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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인기 있던 전동 킥보드업체, 벤처캐피탈 업계는 무엇을 놓쳤나

조선비즈 안재만 자본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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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만 조선비즈 자본시장부장

안재만 조선비즈 자본시장부장



2023년, 전동 킥보드업체 A사의 자금 조달은 순항했다. 수많은 벤처캐피탈(VC)이 몰려들었고, A사는 어렵지 않게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모았다.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의 ‘독보적 시장 지배자’라는 평판 덕분이었다.

창업 수년 만에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선 A사의 성장 그래프는 가팔랐다. 매출은 매해 두 자릿수 증가, 영업이익은 세 자릿수 폭등이라는 말 그대로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었다. 숫자가 이쁘니, 투자자들의 눈길이 뜨겁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회사가 모빌리티 시장의 우버가 될 것이다”라는 기대가 투자업계에서 오갔다. 회사가 내놓은 수치를 ‘혁신의 증거’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화려했던 이 성공의 이면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그림자가 있었다. A사가 투자 유치를 받을 당시 또 다른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문제로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중학생 아들이 무면허 운전으로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냈고,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물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아들이 A사의 전동 킥보드를 타다가 어떤 할머니에게 상해를 입혔어요. 그런데 말이죠, 알아보는 과정에서 황당한 점을 발견했어요. 전동 킥보드를 빌리려면 면허를 등록해야 하는데, ‘다음에 등록하기’라는 버튼이 있더군요. 그걸 누르면 그냥 빌릴 수 있더라고요. 덕분에 무면허 운전이 판을 치는 겁니다.”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A사의 폭발적 성장의 비결은 ‘다음에 등록하기’에 숨어 있었다. 면허 등록을 하지 않아도 손쉽게 전동 킥보드를 빌릴 수 있게 한 조치 덕분에 당연히 이용자가 폭증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성공의 원천이 안전과 법규의 회색지대 위에 세워졌던 것이다.

사실 이는 어지간한 중학생 학부모는 모두 인지하고 있는 문제였다. 이미 여러 차례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미성년자의 무면허 운전이 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킥보드 사고로 다친 학생, 보행자, 노약자의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었지만, 규제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방관하는 태도였고 사업자는 매출을 이유로 개선을 미뤘다. 언론의 몇 차례 보도도 ‘성장 신화’에 가려 금세 잊혔다. (관련 기사☞‘무면허 전동킥보드’ 재판 받는 10대… “면허 확인 안하고 업체들 방치”)

전동 킥보드는 편리한 이동수단이지만, 동시에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바퀴 달린 흉기’다. 많은 이의 무관심 속에 결국 최근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자본시장 업계 측면에서도 이 사고는 예견된 비극이었다. 시장의 관심이 오직 성장률과 투자 회수에만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A사의 데이터와 재무제표를 철저히 분석했지만, 그 이면의 ‘사회적 리스크’에는 눈을 돌렸다. 이용자 안전 관리, 법규 준수, 윤리적 경영은 숫자에 포함되지 않았고, 결국 그 간과가 비극을 불렀다.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투자사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은 다른 눈을 가졌으면 한다. 단기 실적이나 화려한 지표보다 그 이면의 리스크를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자본이 진정한 혁신의 동력이 되려면, 숫자 너머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안재만 자본시장부장(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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