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남욱 변호사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
‘대장동 사건’의 민간 업자 남욱씨가 검찰이 동결 조치한 수백억 원대 재산을 쓸 수 있도록 동결을 해제할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의 범죄 수익으로 의심되는 남씨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추징보전했는데, 1심에서 추징금 0원이 선고되고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를 묶어둘 근거가 사라진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은 2022~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남씨와 김만배·정영학씨 등 대장동 일당이 실명 또는 차명으로 보유한 토지와 건물, 예금 등 2070억여 원의 재산을 추징보전했다. 당시 동결된 남씨의 재산은 500억여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대장동 사건 1심은 지난달 31일 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추징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검찰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남씨에게 약 1010억원을 추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무죄·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수사팀은 항소해 추징액을 다시 다투려고 했지만,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지시로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사실상 추징금 0원이 확정되자 남씨 측이 “추징보전을 해제할 수 있느냐”고 검찰에 문의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남씨뿐 아니라 김씨·정씨 등 다른 대장동 일당들도 검찰의 ‘항소 포기’에 따라 동결됐던 재산을 돌려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항소 포기로 검란(檢亂) 사태를 불렀던 노 대행은 이날 사퇴했고, 후임 대검 차장검사에는 구자현(52·사법연수원 29기) 서울고검장이 임명됐다.
떠나는 노만석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퇴임식을 마치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김지호 기자 |
◇검찰 “항소 포기로 추징금 동결할 뾰족한 법적 근거 없는 상황”
검찰이 당초 대장동 일당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동결 조치한 재산은 총 2070억원 정도다. 남욱씨 500억여 원을 비롯해 김만배씨 1200억여 원, 정영학씨 250억여 원 등이다. 이번에 남씨 측은 동결된 재산 전액이 아니라, 민사소송이 걸려 분쟁 중인 강남 역삼동 300억원대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한다. 추징보전 해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검찰 측은 “남씨 측 문의에 따라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사실 계속 동결할 법적 근거가 뾰족히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수천억 원의 범죄 수익이 대장동 일당에게 돌아가게 됐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사건 1심 때 추징금 7814억원을 구형했지만, 법원에서 인정된 추징금은 473억원이 전부다. 김만배씨와 유동규씨가 약속한 428억원과 남씨와 정민용씨가 주고받은 뇌물 37억원 등이 추징 대상이 됐다. 결국 7300억원가량을 2심에서 다퉈 볼 수 있었는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2심에선 473억원 이상의 추징금이 선고될 수 없게 됐다.
검찰의 항소 포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4일 물러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퇴임식에서 법무부와 여당을 향해 “검사들의 우려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것은 안타깝다”며 “검사들에 대한 징계 논의는 멈춰 달라”고 말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은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우려여서 징계할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노 대행은 대장동 사건의 항소를 포기한 경위, 법무부 등의 외압 의혹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앞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선 “전 정권이 기소한 것이 현 정권에서 문제가 되고, 저쪽(정권)에선 지우려 하고 우리(검찰)는 지울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많이 부대꼈다”며 정권의 압박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었다.
이날 대검 차장으로 임명돼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구자현 서울고검장은 “어려운 시기에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됐다”며 “검찰 조직이 안정화되고 본연의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업무에 임하겠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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