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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판 미생' 김 부장 "가족을 지키는 게 나를 지키는 거야" [주말 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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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편집자주

주말에 즐겨볼 만한(樂)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신작에 대한 기자들의 방담.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낙수(류승룡)는 25년 차 통신사 대기업 부장에서 지방 공장 안전관리팀장으로 좌천된다. JTBC 제공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낙수(류승룡)는 25년 차 통신사 대기업 부장에서 지방 공장 안전관리팀장으로 좌천된다. JTBC 제공


통신사 대기업 영업팀 부장 김낙수(류승룡)는 25년 회사생활 내내 한 차례 누락도 없이 승진길만 걸어왔다. 그동안 서울에 아파트를 한 채 샀고, 아들을 명문대에 보냈다. 이제 ‘김 상무’가 될 일만 남았다고 믿었다. 호형호제하는 든든한 백, 백정태(유승목) 상무가 있으니까. 그런데 일이 꼬여버렸다. 옆 팀 후배가 치고 올라오는 와중에 우리 팀에선 대형 사고가 터졌다. 영업 실적을 쥐어짜며 발버둥 쳐봤지만 결국 본사에서 쫓겨나 한직으로 좌천된다. 위기의 김 부장은 인생 마지막 ‘홈런’을 칠 수 있을까.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김 부장 이야기)’의 6부까지 내용이다. 50대 회사원의 불안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 속 '김 부장 이야기'는 2.9%로 출발한 전국 시청률을 4.7%까지 끌어올렸다. 넷플릭스에선 시리즈 부문 국내 시청 1위를 차지했고, 동명의 원작 소설과 웹툰까지 다시 인기다. ‘꼰대’ 김 부장에게 왜 자꾸 마음이 갈까. 본보 문화부 기자들이 '김 부장 이야기' 흥행 비결을 들여다봤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 부장이 팀원들을 옥상으로 불러 모아 소통 강화 의지를 다지고 있다. JTBC 제공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 부장이 팀원들을 옥상으로 불러 모아 소통 강화 의지를 다지고 있다. JTBC 제공


강유빈 기자(강): “재미있는데 눈물이 난다”는 시청평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나 내 주변의 이야기 같아서 많은 시청자가 공감하는 것 같다. ‘중년판 미생’으로도 불리더라.

고경석 기자(고): ‘미생’ 이후 회사 생활의 고단함을 현실적이면서 가장 재미있게 묘사한 드라마가 아닐까. 자칫 어둡거나 우울해질 수 있는 ‘중년의 위기’ 소재를 코믹한 전개로 중화시켰다. 지나치게 악하거나 비현실적으로 선하고 유능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현실적이다.

송옥진 기자(송): 직장 생활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내 정치, 인사 고과, 회식 문화, 실적 압박 등이 그려진다. 김 부장 회사를 통신사로 설정해 실제 그 업종에서 발생한 논란을 녹이기도 했다. 인터넷 속도 문제에 대한 유튜버 폭로나 사무직 직원을 현장직으로 돌려 퇴직을 압박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현실 고증을 잘 한 드라마다.

강: 회사 업종과 그로 인한 에피소드는 드라마에만 추가된 설정이다. 일부 원작 팬들은 ‘꼰대여도 일은 잘하는 김 부장’을 업무적으로도 무능하게 그렸다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반대로 원작 속 부동산 투자 관련 내용은 드라마에서 대거 빠졌다. 국내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방영 시점에 시의성을 잃을 우려가 있어 덜어냈다고 하는데 덕분에 극의 인간미도 짙어졌다.


고: 사회인이 되면 재테크가 또 하나의 성적표가 된다. 원작은 재테크 성적을 확인하려는 김 부장의 심리를 잘 드러내는데 드라마에선 직장 생활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원작에 없던 아들의 스타트업 입사 내용은 로맨스와 풍자가 애매하게 섞여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송: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구세대(김 부장)와 스타트업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대(아들 수겸)의 갈등을 전면화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하지만 캐릭터가 억지스럽고 동떨어진 느낌이라 결과적으로 드라마에서 붕 뜨는 지점이 되어버렸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 부장이 아내, 아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건배하고 있다. JTBC 제공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 부장이 아내, 아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건배하고 있다. JTBC 제공


강: 다중시점인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김 부장 ‘원톱’이다. 어깨가 무거웠을 텐데 류승룡 배우가 ‘극한직업’의 코믹함과 ‘무빙’의 절절함 사이에서 캐릭터를 잘 잡은 것 같다. 혼자 술잔을 기울이거나 누워서 천장을 보는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바뀐 시대를 못 따라가고 고립된 중년의 허탈함이 그대로 담겼다.


고: 김낙수는 정말 어디서든 볼 법한 인물이다. 회사에 있다면 딱히 ‘빌런’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어도 약간 피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다. 류승룡을 캐스팅한 건 신의 한 수였다고 본다. 진중함과 유머러스함을 겸비한 배우의 장점을 김낙수에 그대로 녹여 식당을 잘못 예약하고서 종업원에게 화를 내는 밉상을 마냥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송: 김 부장의 소시민적 욕망, 부동산으로 대변되는 속물근성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짜증 나지만 짠하고, 좌천 후엔 본사 복귀를 응원하게 되는 애증의 캐릭터다. 명세빈 배우도 다정하고 현명한 김 부장의 아내 역할을 잘 소화했다. 과거 20대 여주인공 시절 기억이 강했는데, 세월을 체감하게 하는 변신이었다.

강: 가슴에 콕 박히는 대사도 많다. 출장지에서 부하 직원과 숙박하게 된 김 부장이 “나는 이제 집에 혼자 있는 그 고독을 견딜 자신이 없어. 가족을 지키는 것은 결국 나를 지키는 거야”라고 말하는데, 겉으로 강해 보여도 속은 절박하고 가족에게 의지하는 아버지들의 고백처럼 들렸다.


송: 같은 장면의 “9회말 2아웃에는 머리 비우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공 하나 오겠지 그냥 풀 스윙 하는 거야”라는 말도 김 부장의 처지와 심경을 잘 드러낸다. 백 상무와 싸우다 “형은 애들이랑 일해본 적 없잖아”라고 말한 대목은 위에서 치이고 아래 눈치 보는 끼인 관리자의 현실 공감을 불렀다.

고: 아들과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던 김 부장의 아내가 “나갈 때 현관에 박스 좀 버려 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처럼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포착하는 디테일도 계속 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매력이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 부장과 백정태 상무가 대화하는 모습. JTBC 제공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 부장과 백정태 상무가 대화하는 모습. JTBC 제공


강: 앞으로도 김 부장의 시련은 계속될 것 같다. 이야기가 현실을 비출수록 판타지적 해피엔딩과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사회적으로 추락처럼 보이는 과정에서 김 부장이 자신만의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고: 김 부장의 대사를 돌려 말하면 “나를 지키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대기업 직원’ ‘서울 자가’ 고가의 아파트’ 같은 것이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삶은 좀 우울하지 않나. 이 드라마는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암묵적으로 요구하거나 유도하는 기준의 위험성을 짚어준다.

송: 행복만큼 일의 의미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된다. 김 부장처럼 연차가 쌓이고 관리자에 접어들면서 실무가 아닌 ‘골프’나 ‘거래처 회식’ 등이 일의 범주에 포함되기 시작하고, 승진에 집착해 사내 정치나 과도한 충성도 일처럼 포장될 때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잠시 멈춰 서서 진정한 일이란 뭘까,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 걸까 돌아보게 하는 드라마로 남았으면 한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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