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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환율에, 뒤돌아서니 1000만 원 손해… 한숨 깊어진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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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급등세… 1470원 뚫은 환율
변동성 커지자 '수급 불균형' 악순환 구조
원자재 수입·해외 진출 기업 피해 확대돼
고환율 당분간 이어져… 당국 개입은 변수


14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14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모습. 연합뉴스


"오전에 유선 상담했다가 오후에 직접 원자재 수입 거래대금을 치르러 오신 분이셨어요. 그 짧은 시간에 원·달러 환율이 3원 가까이 뛰니까 거의 1,000만 원을 손해 보신 거죠."

서울 시내 은행 영업점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차정훈(가명)씨가 원·달러 환율이 요동쳤던 12일 만난 고객의 당황한 표정을 떠올렸다. 매주 한두 차례는 수입대금을 내는 업체로, 그날은 3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날이었다. 환율이 3원 오르면 단순 계산해도 900만 원을 더 부담해야 했다. 차씨는 "여러 우대 혜택을 모아봐도 그 액수를 다 지원할 방법을 찾기는 힘들다"면서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져 관련 상담도 확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올라 최근 1,470원 고지까지 올라선 환율 때문에 기업들이 분주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1,457.0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471.9원에 출발했지만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실상 외환시장 구두개입에 해당하는 발언을 내놓자 10.7원 하락했다. 다만 변동성 확대로 불안감이 커진 기업들이 쉽사리 달러를 내놓지 않아,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환율 상승 구조가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소기업에 타격… "환율 진정 쉽지 않아"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환율 상승에 직격탄을 맞는 건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오는 중소·중견기업이다. 해양 모빌리티 기업 파로스마린의 이슬기 대표는 "원자재 50~60%를 독일, 중국 등에서 조달하고 대금은 전부 달러로 결제해 최근 생산 비용이 많이 올랐다"며 "저희는 대기업처럼 환헤지1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 저렴한 유통처를 알아보는 게 최선"이라고 토로했다.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공지능(AI) 자율진단 개발 기업 뉴럴디의 곽지호 대표는 "환율이 급등해 당장 다음 달 예정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전시회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소비자가전전시회(CES)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막막하다"며 "해외 직원 급여, 에이전트 비용, 경비 등을 모두 달러로 지급해 당초 예산 대비 비용이 크게 늘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기 중장기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기 중장기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근 시일 내에 달러 유출 흐름이 해소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①서학개미의 막대한 해외투자 흐름과 ②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른 대미 투자 계획이라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미국 AI·반도체 기업 등 대형 기술주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꾸준하다"며 "원화 약세 구간에서는 달러 매수가 증가해 환율을 끌어올리고,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자산 선호가 커지는 '강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공포 심리가 퍼져 환율이 진정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6년 차 외환 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까지 오르면 보통 수출업체를 중심으로 달러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는데 최근엔 그렇지 않다"며 "(원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해) 대기 물량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러를 매수해야 하는 수입기업 문의도 늘었다. 그는 "'한 달, 두 달 뒤 수입대금 보낼 것을 미리 당겨 사야 하느냐'는 수입업체 질문이 잦다"고 전했다.

결국 연내 고환율 흐름이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를 감안하면 구 부총리의 구두개입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1,350~1,500원 사이에서 움직일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연금 환헤지 등은 변수로 거론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480원대에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나 외환 당국 미세조정이 나올 수 있어 급격한 환율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1 환헤지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선물환, 환율옵션 등을 통해 미래 환율을 미리 고정하는 행위.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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