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늘 '에너지'를 찾아왔습니다.
석탄은 증기를 움직였고, 석유는 자동차를 달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에너지가 세상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석탄은 증기를 움직였고, 석유는 자동차를 달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에너지가 세상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산업과 국경을 움직이는 힘.
'컴퓨팅 파워'입니다.
인공지능(AI)을 훈련시키는 '컴퓨팅 파워', 즉 '연산력'은 이제 전기보다, 석유보다, 더 귀한 자원이 되었습니다.
누가 더 많은 '칩'을, 누가 더 큰 '데이터센터'를, 누가 더 많은 '전력'을 가졌는가.
그것이 국가의 힘을 결정합니다.
AI를 훈련시킬 수 있는 힘은 21세기의 새로운 석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권력 지형도가 재편되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 위에 서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만든 격차
오늘날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고성능 데이터센터, 즉 AI의 심장을 가진 나라는 전 세계 32개국뿐입니다.
전체 국가의 16%에 불과합니다.
격차의 핵심에는 GPU, 즉 그래픽 처리 장치가 있습니다.
미국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이 고성능 칩은, AI 연산에 필수적입니다.
GPU 수천, 수만 개를 모아 막대한 전력을 쏟아부어야 비로소 '데이터센터'가 됩니다.
건설 비용만 수십억, 수백억 달러입니다.
[젠슨 황 /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2025년 10월 28일) : 미국은 AI 경쟁에서 앞서 있고, 계속 앞서 나가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에너지 성장을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그 정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큰 어려움에 처했을 겁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현실은 극도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의 90% 이상을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미국 기업들과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중국 기업들입니다.
반면,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 전체에는 이런 'AI 컴퓨팅 허브'가 거의 전무합니다.
'컴퓨팅 사막'이나 다름없습니다.
150개가 넘는 나라들은 이런 시설이 아예 없습니다.
컴퓨팅 파워 격차가 만든 새로운 종속
'컴퓨팅 파워'의 편중은 여러 형태의 종속으로 이어집니다.
첫째, 언어적 종속.
AI 모델은 주로 영어와 중국어 데이터로 학습됩니다.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가진 국가들이 자국어 데이터로 모델을 훈련시키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소수 언어권 국가들은 자국어로 제대로 작동하는 AI를 갖기 어렵습니다.
둘째, 과학적 종속.
신약 개발, 유전자 편집, 기후 모델링 같은 AI 집약적 연구는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합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첨단 연구는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선진국에 집중됩니다.
셋째, 군사적 종속.
AI 무기 체계, 자율 무인기, 사이버 방어 시스템 개발에도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수입니다.
이는 국가 안보의 근본적인 격차로 이어집니다.
사우디, 새로운 '오일머니', AI에 베팅하다
이런 격차 속에서 거대한 플레이어가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바로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검은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석유', 즉 '컴퓨팅 파워'를 수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사우디의 전략은 단순하고 강력합니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3요소를 모두 가졌다"는 것입니다.
첫째, 수십 년간 석유 수출로 축적한 막대한 자본입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무려 9천억 달러 규모로, 이 돈을 '탈석유 경제'를 위한 AI 인프라에 과감하게 쏟아붓고 있습니다.
둘째, 값싼 에너지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는데, 사우디는 자국의 풍부한 화석연료와 사막의 태양광 발전으로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저렴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셋째, 광활한 토지입니다.
뉴욕 센트럴파크 수십 개 크기의 거대한 데이터센터 단지를 지을 수 있는 사막 지역이 무한정 펼쳐져 있습니다.
사우디는 자국에서 AI 작업을 하는 비용이 "미국보다 최소 30% 저렴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50억 달러짜리 데이터센터를 홍해 인근에 지어 미국과 유럽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반대편 해안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겨냥한 또 다른 단지를 짓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 맞춰 빈 살만 왕세자는 '휴메인(Humain)'이라는 국영 AI 기업을 설립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전 세계 AI 작업량의 약 6%를 차지해,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의 AI 허브가 되는 것"입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AI를 통해 과거 석유로 누려온 국제적 영향력을 그대로 이어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유인책으로 '데이터 대사관'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권위주의 체제에 따른 보안 우려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외국 기업이 사우디 법이 아닌 자국 법률에 따라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AI 칩을 둘러싼 중동의 다른 길…사우디와 UAE의 선택
하지만 사우디의 야망에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센터의 핵심인 미국산 AI 반도체입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당시,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은 사우디에 AI 칩을 판매해도 된다는 초기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우디는 AI 분야에서 중국의 투자 역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소유의 데이터센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랍에미리트(UAE)는 사우디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AI 기업 G42는 지난해 중국 화웨이의 장비를 완전히 철수하는 조건으로 미국으로부터 AI 칩 수입 승인을 받아냈습니다.
그 결과, 최근 오픈AI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2025년 5월 16일) : 양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AI 반도체를 미국 기업으로부터 아랍에미리트가 구매할 수 있도록 협의했습니다. 매우 큰 계약입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질 것이며, 아랍에미리트는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속도를 낼 것입니다.]
컴퓨팅 파워로 갈라지는 세계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AI 컴퓨팅 파워'의 불균형은 전 세계를 두 진영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들과,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들로 말입니다.
물론 기술력과 규모 면에서 미국은 중국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체 칩 개발을 추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거의 대부분이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무역 제한 조치를 통해 고성능 AI 칩을 구매할 수 있는 국가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조차도, 무역 제한 조치로 인해 AI 경쟁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 틈을 노려 AI 경쟁에서 소외된 국가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현재 화웨이가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존 데이터센터를 중국산 칩 기반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GPU를 확보할 수 있다면 누구와든 거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유럽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과도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올해 2월, 27개 회원국 전역에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AI 프로젝트에 2,00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결국 AI 컴퓨팅 파워는 그 자체로 '전략 자산'이 되었습니다.
과거 미국이 석유를 통제하며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했듯, 이제는 AI 칩을 통제하며 동맹국을 관리하고 적대국을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기술의 우위가 지정학적 영향력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21세기의 지정학은 더 이상 석유 파이프라인이 아닌, 데이터센터와 GPU 공급망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더그 버검 /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장 겸 내무부 장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2025년 11월 3일) : 자유 진영은 AI 군비 경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반도체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모델, 그리고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합니다.]
"AI 주권, 골든타임은 남아있는가"
미국에서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오픈AI 등 올해에만 3,000억 달러 이상을 AI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금액은 캐나다 전체 국가 예산에 버금가는 규모입니다.
전문가들은 "과거 석유 수출국들이 국제 정세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듯, 가까운 미래에는 컴퓨팅 파워를 가진 나라가 인류의 미래를 움직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미 AI 컴퓨팅 파워가 부족한 국가의 경우 과학 연구, 스타트업 성장, 인재 유지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자국산 AI, 즉 Sovereign A.I.'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입니다.
AI 혁명은 인류 전체의 혜택이 될 수도, 혹은 인류를 소수의 '컴퓨팅 부국'과 다수의 '컴퓨팅 빈국'으로 나누는 새로운 계급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국가의 주권, 경제의 독립성, 그리고 미래 세대의 선택권을 잃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AI 주권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존립' 그 자체라는 의미입니다.
선택은 우리 앞에 있습니다.
주권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종속될 것인가.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입니다.
기획·구성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촬영 : 손민성(smis93@ytn.co.kr), 김용현(kimyonghyeon@ytn.co.kr)
참고 기사 :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이형근 (yihan3054@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대한민국 24시간 뉴스채널 [YTN LIVE] 보기 〉
[YTN 단독보도] 모아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