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구두개입에 1450원대 내려온 환율…고환율 진정될까

한미 팩트시트에 '외환시장 안정화' 언급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 시작에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왼쪽), 이창용 한은총재, 구윤철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기념장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원 넘게 하락했다. 탄핵정국 당시 환율 수준에 근접하던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로 내려왔다.

정부는 구조적인 외환수급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민연금·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 대비 10.7원 내린 1457원을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71.9원으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장초반 정부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면서 10원 넘게 급락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시장 안정화 메시지를 내놨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감원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거주자들의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 때 1470원을 상회하는 등 외환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우려된다"며 "구조적인 외환수급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돼 환율 하방 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5.4원까지 올랐다. 비상 계엄과 탄핵 국면 등 시장 불안이 고조됐던 지난 4월 전고점(1487.6원)보다 불과 12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이날의 메시지는 효과가 있었다.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던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멈췄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가 2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쏟아냈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방어됐다.

장초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온 시점을 전후해 외환당국의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도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한미 관세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도 외환시장 안정화 문구가 포함되면서 외환시장 불확실성 완화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공개된 팩트시트에는 "한국이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금액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화를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조달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또 "원화의 불규칙한 변동 등 시장 불안 우려가 예상되면 한국은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미국은 적절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외환보유액 운용수익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한미 전략투자공사를 만들고 산하 기금을 설치해 정부보증채 형태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환시장에서 직접 조달하게 되면 원화 절하 압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조달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굉장히 중요한 한미 간의 합의로 인식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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