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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의 소방수 투입에도…‘환율 1500원’ 불씨 여전

이데일리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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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입에 환율 1470원대→1450원대로 ‘급락’
팩트시트에 불확실성 해소…환율 안정 ‘미지수’
“국민연금 환헤지 발동해도 환율 하락 제한적”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를 연이어 가동했지만 원·달러 환율을 둘러싼 경계심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가 거센 반면 외국인은 원화 자산을 팔고 나가고 있고, 기업의 대미투자 부담도 여전하다. 단기적 진정에도 불구하고 ‘1500원선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한다는 평가가 고개를 든다.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식 급락에도 ‘당국 개입’에 환율 진정

1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환율은 이날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1467.7원)보다 10.75원 하락한 1456.95원에서 마감했다. 1450원대에서 마감한 건 4거래일 만이다.

이날 환율은 4.2원 오른 1471.9원에 개장한 후 상승 폭을 확대하며 1474.9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오전 9시 17분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나오자 환율은 단숨에 146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1452.0원까지 밀리면서 장중 변동 폭은 22.9원에 달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해외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 돼, 환율 하방 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해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주요 수급 주체인 국민연금·수출기업과 협의를 통해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해, 시장에선 구두개입 신호로 해석됐다. 외환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조치까지 병행하면서 환율은 개입 직후 빠르게 하락했다.

이날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환율이 자연스럽게 하락할 환경은 아니었다. 달러 강세와 위험회피 분위기에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국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코스피 지수는 3% 넘게 급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증시에서 2조 6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해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왼쪽부터 이찬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구윤철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기획재정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왼쪽부터 이찬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구윤철 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기획재정부)


팩트시트 확정됐지만…“수급 불균형 해소 역부족”

이날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도 공개됐다. 외환시장 안정과 관련해, 한국의 2000억달러 대미 직접 투자에 대해 “특정 연도에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조달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문화됐다. 그동안 발표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던 만큼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 재료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환율을 누를 정도의 재료는 아니다”라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수급 불균형”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이날 오후 수출기업들과 만나 외환수급 안정화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선물환 매도나 외환 스와프 등을 통해 환율 상단을 제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전략·전술적 환헤지를 통해 해외자산의 최대 15%까지 헤지가 가능한데, 지난 8월의 해외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최대 115조원가량을 헤지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480원대에 근접할 경우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발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1480원 수준이 발동 조건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시장의 자금 흐름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헤지가 작동하더라도 환율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서학개미의 해외투자가 누적으로 급증해 유출된 달러 규모가 상당한 데다, 기업들의 대미투자 부담도 지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유출 압력 자체가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며 “헤지가 나오더라도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긴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1500원을 넘지 않더라도 내년에는 가능성이 있다”며 “수급 불균형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도 “국민연금 환헤지가 나오더라도 환율 상단을 막아주는 역할이지, 추세적인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12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 단기 유동성 경색 완화 등 대외적인 요인에서 환율 변수를 찾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1500원은 정부에게는 불편한 숫자인 만큼, 외부적인 환경이 받쳐준다면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개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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