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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갔던 신흥사 '시왕도' 1점 70년 만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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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제10오도전륜대왕도'
원래 자리인 속초 신흥사로 환수... 전체 10점 중 7점째


신흥사 주지 지혜 스님이 14일 서울 마포구 KGIT센터에서 열린 속초 신흥사 시왕도 반환 언론 공개회에서 고불식(부처님께 고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흥사 주지 지혜 스님이 14일 서울 마포구 KGIT센터에서 열린 속초 신흥사 시왕도 반환 언론 공개회에서 고불식(부처님께 고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강원 속초 신흥사의 '시왕도' 1점이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전쟁 직후 속초 지역이 미군 통제하에 있던 시기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화로, 2020년 환수된 6점에 이어 전체 10점 중 7점이 국내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은 14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함께 서울 마포구 KGIT센터에서 반환 기념식을 열고 '시왕도'를 공개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속초 신흥사 시왕도 중 제10오도전륜대왕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제공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속초 신흥사 시왕도 중 제10오도전륜대왕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제공


시왕도란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10명의 왕을 뜻하기에 총 10점이 있다. 이번에 돌아온 '제10오도전륜대왕도'는 1798년(조선 정조 22년)에 제작된 것으로, 열 번째 왕인 오도전륜대왕이 죽은 지 3년 된 이들의 내세를 결정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열 명의 왕을 거치면서 겪게 되는 모든 과정의 결과가 집약되기에 전체 10점인 시왕도 중 절정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림은 가로 91.4㎝, 세로 116.8㎝ 크기로 정교한 필선과 채색이 돋보인다.

신흥사 주지 지혜 스님은 "200여 년 성보로 모셨다가 한순간에 잃어버린 시왕도를 많은 노력과 정성으로 환지본처(원래 자리로 돌아옴)를 이뤘다"면서 "성보를 잘 봉안해 다시는 참담한 일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환수는 2년에 걸쳐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와 신흥사는 2023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공동 실태조사를 통해 미술관이 보관한 작품이 원래 신흥사 명부전에 걸려 있던 시왕도임을 확인했다. 위원회는 해당 불화의 출처가 신흥사임을 증명하기 위해 일제가 1942년에 남긴 전국 사찰 주요재산목록과 한국전쟁 전 북한 통치하에 있을 때 속초 지역 거주자들의 증언을 수집해 제시하기도 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도 2024년 환수 사업 지원에 나서면서, 공식 반환 협의는 올해 7월에 성사됐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또한 2023년 발표한 '문화재 이니셔티브'에 따라 소장품의 출처를 심층 검토하고 유물을 반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협의가 원활했다.


1954년 여름 미군 장교 폴 팬처가 촬영한 강원 속초시 신흥사 명부전 내 시왕상과 시왕도. 사각형으로 표시된 공간이 오도전륜대왕도의 위치이나 이미 사라져 있다. 사진상에 나타난 나머지 시왕도도 9, 10월쯤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 소장돼 있었다.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1954년 여름 미군 장교 폴 팬처가 촬영한 강원 속초시 신흥사 명부전 내 시왕상과 시왕도. 사각형으로 표시된 공간이 오도전륜대왕도의 위치이나 이미 사라져 있다. 사진상에 나타난 나머지 시왕도도 9, 10월쯤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 소장돼 있었다. 속초시립박물관 제공


2020년 환수한 신흥사 시왕도 6점. 신흥사 제공

2020년 환수한 신흥사 시왕도 6점. 신흥사 제공


이번 환수로 시왕도는 전체 10점으로 된 그림 중 7점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전쟁 이후인 1954년쯤 속초가 미군 통제하에 있을 때 미군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반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6점이 200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발견됐다. 이후 위원회와 신흥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등이 2015년부터 이들의 환수를 위한 활동을 벌여 2020년에 역시 LACMA가 소장하던 '영산회상도'와 함께 한국으로 들여온 바 있다.

큰 박물관에 보관된 덕분에 7점을 찾아냈지만, 나머지 3점의 위치는 현재 알 수 없다. 이상래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이사장은 "LACMA와 메트의 입수 경로를 확인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나머지 3점의 시왕도 역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맥스 홀라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중요한 예술 작품의 반환을 위해 위원회 및 신흥사와 협력하게 돼 영광"이라며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한국의 동료 및 기관과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공동의 노력을 계속해 한국 예술에 대한 세계의 이해와 인식을 고취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국가유산청과 재단은 민간단체 지원을 통해 문화유산 반환과 국제협력의 기반을 다져왔다"며 "이번 사례는 민간단체와 국가가 긴밀히 협력하여 성과를 거둔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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