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9분30여초 후 해상 바지선으로 돌아온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로켓 1단 추진체. 로켓 회수에 성공한 우주발사체 기업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에 이어 세계 두번째다. 웹방송 갈무리 |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재사용을 위한 로켓 회수에 성공했다.
로켓 회수에 성공한 우주발사체 기업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에 이어 세계 두번째다. 스페이스엑스는 2015년 팰컨9 로켓 회수에 처음 성공했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스페이스엑스가 누려온 회수-재사용 기술의 독점 상황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블루오리진은 13일 오후 3시55분(한국시각 14일 오전 5시55분) 미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화성 궤도 위성 에스커페이드(ESCAPDE)를 실은 대형 우주로켓 뉴글렌을 발사했다.
이날 발사는 뉴글렌의 두번째 우주비행이지만 실제 위성을 탑재해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월 첫 발사에선 모사체를 탑재해 궤도에 올려놓는 데는 성공했으나 로켓 회수에는 실패했다.
이날 뉴글렌 1단 추진체는 발사 3분 후 2단 로켓과 분리된 뒤 하강을 시작해, 9분30여초 후 플로리다 해안에서 60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해상 바지선 ‘재클린’(베이조스 어머니의 이름)에 사뿐하게 착수했다. 뉴글렌 1단 추진체는 높이 59m, 지름 7m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높이 43m,, 지름 3.8m)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블루오리진의 데이브 림프 최고경영자는 “완벽하게 성공적인 임무 수행이었다"며 "이만한 크기의 부스터가 두번째 시도에서 착륙에 성공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센트럴플로리다대의 그렉 오트리 교수(우주 상용화 및 전략 담당)는 뉴욕타임스에 “뉴글렌은 현재 스페이스엑스가 대형 탑재물 발사 시장에서 갖고 있는 거의 독점적 지위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로켓이 됐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미 플로리다 케이프커너배럴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된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로켓이 고도를 높이고 있다. 블루오리진 제공 |
로켓 재사용까지 90일 안팎 예상
블루오리진은 로켓을 항구로 운반한 뒤 재사용을 위한 정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블루오리진은 회수한 추진체를 정비해 다시 발사하는 데 90일이 안팎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팰컨9 로켓을 20번 발사한 끝에 5년만에 처음으로 1단 추진체 회수에 성공했고, 회수한 추진체를 처음으로 다시 발사하기까지는 15개월이 더 걸렸다.
뉴글렌은 베이조스가 회사 설립 25년만에 내놓은 첫 궤도 발사체로, 우주사업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 팰컨9 로켓에 맞서는 대항마다. 뉴글렌이란 이름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궤도비행을 한 우주비행사 존 글렌에서 따왔다.
블루오리진이 10년 이상 공들여 개발한 뉴글렌은 높이 98m의 2단 발사체로, 스페이스엑스의 주력 로켓인 팰컨9(70m)보다 크고 개발 중인 스타십(121m)보다는 작다.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화물도 최대 45톤으로 팰컨9(22.8톤)보다는 많고 스타십(150톤)보다는 적다. 화물칸 너비도 7m로 팰컨9(5m)과 스타십(9m)의 딱 중간이다.
BE-4 엔진 7개를 탑재한 1단 추진체의 추진제로는 메탄이 주성분인 액화천연가스(LNG)와 액체산소를 쓴다. 메탄은 팰컨9을 포함한 대부분의 로켓이 연료로 사용하는 등유와 달리 그을음이 나지 않는다. BE-3U 엔진 2개로 구동되는 2단 발사체 추진제는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쓴다.
역추진 엔진을 이용해 해상 바지선을 향해 낙하하고 있는 뉴글렌 로켓 1단 추진체. 블루오리진 제공 |
5년만에 발사되는 나사 화성 탐사선
뉴글렌에 실렸던 화성 탐사선 에스커페이드는 발사 33분 후 로켓에서 분리돼 화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에스커페이드는 2020년 퍼시비런스 이후 5년만에 발사되는 화성 탐사선이다. 8천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에스커페이드 탐사선은 2대의 우주선으로 이뤄져 있다. 블루와 골드로 명명된 두 우주선은 일단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점(L2)에서 12개월 동안 머문 뒤 2026년 11월 화성을 향해 출발한다. 10개월 후 화성에 도착하면 7개월에 걸쳐 점차 고도를 줄여 160km 상공 궤도에 진입한 뒤 11개월 동안 화성을 관측한다.
탐사선 운영기관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는 “에스커페이드의 두 위성은 편대비행을 하면서 미래 유인 화성 탐사에 대비해 화성의 자기장, 상층 대기, 전리층의 입체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밝혔다.
화성에는 지구처럼 행성 전체를 아우르는 자기장이 없고 남반구를 중심으로 국부적으로만 가기장이 존재하고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막아줄 두꺼운 대기도 없기 때문에, 자기장과 대기의 분포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화성 궤도를 도는 에스커페이드 위성을 묘사한 그림.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
화성으로 가는 새로운 경로 개척
에스커페이드는 화성으로 가는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임무도 띠고 있다. 보통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은 26개월마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워질 때에 맞춰 발사된다. 이때를 이용해야 연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호만 전이 궤도’(Hohmann Transfer)라고 부른다.
에스커페이드는 이 경로 대신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제2라그랑주 점으로 가서 지구를 콩팥 모양 궤도로 돌다가,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지구 중력의 힘을 빌어 화성으로 향한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우주과학연구소의 로버트 릴리스 수석연구원은 “미래에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려면, 매번 화성이 가장 가까운 시기에 수백~수천대의 우주선이 화성으로 향해야 할 것”이라며 “이 경로를 이용하면 우주선들이 몇달에 걸쳐 발사된 뒤 이 궤도에서 대기하다 한꺼번에 화성으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성 궤도 탐사선을 싣고 발사대에 대기 중인 뉴글렌 로켓.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
블루오리진은 내년 초를 목표로 하는 뉴글렌 3차 발사에선 화물 달 착륙선인 블루문 마크1의 시제품 블루문 마크1 패스파인더를 발사할 예정이다. 블루문 마크1은 최대 3톤의 화물을 달 표면까지 운송할 수 있는 무인 탐사선이다. 높이는 약 8m로,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의 달 착륙선보다 높다.
뉴글렌의 성공으로 베이조스의 아마존이 추진하는 우주인터넷 위성망 구축도 탄력을 받게 됐다. 아마존은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 네트워크와 경쟁하기 위해 3200여기의 저궤도 인터넷위성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위성의 대부분을 뉴글렌으로 쏘아올린다는 계획이다. 아마존은 13일 이 위성망의 이름을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에서 `아마존 레오'(Amazon Leo)로 변경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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