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왼쪽) 의원과 윤석열 전 대통령. 김태형 기자 |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전화를 받은 뒤 공관위 회의에서 김영선 전 의원 공천 확정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받은 윤 전 대통령이 윤 의원에게 이를 지시했다고 의심한다.
한겨레가 13일 국민의힘 쪽에서 확보한 당시 공관위 회의 속기록을 보면, 공관위원장인 윤 의원은 2022년 5월9일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하고 바로 다음날 회의부터 노골적으로 ‘김영선 띄우기’에 나섰다. 윤 의원은 공관위 회의가 시작되자, “(국민의힘에) 여성이 워낙 없다 보니까. 국회의원, 지방선거 할 때 (여성을) 30% 이상 추천하는 걸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데 (국민의힘이) 여성에 인색했다”며 “사진 한번 보세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명한 장면은 다 여자다. 오늘 (윤석열 전) 대통령 서명할 때 전부 남자”라고 운을 뗐다.
이어 창원의창 선거구가 논의되자, 공관위원이던 홍철호 당시 전략기획부총장은 “(김 전 의원과 김종양 전 경남경찰청) 둘이 경선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조직부총장인 강대식 의원도 “그것도 괜찮다”며 동의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민주당에서 여성인) 김지수가 정해져 있잖아. 여론조사한 거 보면 여자는 여자만 (내보내야 한다)”이라며 “경선은 촉박하고 단수로 (해야 한다)”라고 했다. 윤 의원이 노골적으로 김 전 의원을 밀자 강 의원은 “다 정해놓고 (한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다른 공관위원들도 창원에 연고가 없는 김 전 의원 공천에 우려를 나타냈다. 부위원장인 한기호 의원은 “창원에 김영선이 공천 받으면 시장 선거도 망칠 수 있다고 말하는 현직 국회의원도 있다”며 “굉장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대식 의원도 “우리 지역에 경쟁력 있는(인물이 있는)데 불구하고 왜 이 사람이 생뚱맞게 하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윤 의원은 “김종양은 지역에서 한 거 없고 김영선은 윤석열 캠프에서도 오랫동안 해왔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한 의원이 “좀 더 객관적으로 하려면 내일 (여론조사를) 돌려봐도 된다”고 만류했지만, 윤 의원은 “그냥 오늘 끝내자”고 표결을 제안하며 밀어붙였다. 결국 공관위원장이 주도한 즉석 투표로 김 전 의원이 과반을 획득해 국민의힘 후보로 단수 공천됐고,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윤 의원은 지난 7월 특검팀 조사에선 2022년 5월9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영선 공천’ 관련 전화를 받았다고 인정했지만, 김 전 의원 공천은 공관위 표결에 따른 결정이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뜻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같은 날, 당시 김 전 의원을 돕고 있던 명씨와 통화하며 “공관위에서 나한테 (명단을)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을 해줘라 그랬는데”라며 “내가 (윤)상현이한테 한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한 육성 녹음이 공개됐다.
40분 뒤엔 김건희 여사도 명씨와 통화하며 “당선인이 지금 전화를 했는데 당선인 이름 팔지 말고, ‘그냥 밀으라’고 했어요”라며 “권성동하고 윤한홍이 반대하잖아요, 그렇죠? 하여튼 너무 걱정 마세요”라며 안심시키는 내용도 공개됐다. 한겨레는 윤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윤 의원은 답하지 않았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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