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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통신-레이싱 비둘기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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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비둘기 통신

1914년 무렵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독일연방기록물 보관소 사진. 비둘기 가슴에 달린 것은 소형 카메라로 1차대전 정찰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1914년 무렵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독일연방기록물 보관소 사진. 비둘기 가슴에 달린 것은 소형 카메라로 1차대전 정찰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로이터(Reuter) 남작 파울 율리우스(Paul Julius, 1816~1899)가 영국 런던서 로이터 통신을 설립하기 전, 그러니까 독일 서쪽 국경도시 아헨(Aachen)에서 통신 사업을 갓 시작한 1850년 4월, 그에겐 45마리의 훈련된 비둘기가 있었다. 비둘기들은 매일 열차에 실려 벨기에 브뤼셀 증권거래소로 보내진 뒤 당일 주식시장이 폐장하면 주가 정보를 매달고 아헨으로 복귀했다. 두 도시 사이 약 122km 거리를 비둘기들은 2시간 미만대에 이동, 철도보다 빠르고 안정적이었다. 비둘기 통신은 1851년 전신 서비스가 시작될 때까지 이어졌다.

비둘기(전서구) 통신은 AD 시대에 접어들어 경주-스포츠로도 변형됐다. 서기 220년경의 유대 구전 토라 ‘미시나(Mishnah)’에 비둘기 경주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근대 비둘기 경주의 종주국은 단연 벨기에였다. 19세기 중반 본격화했다는 벨기에 비둘기 경주 열기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고, 경주에 특화된 레이싱 비둘기(일명 보야주, Voyageurs)를 육종하고 훈련시켜 수출도 했다.

비둘기 경주는 특정 장소에서 시작해 각자의 둥지로 이동한 시간과 거리를 따지는 식으로 시작됐다. 근년에는 선수 비둘기들을 동일한 둥지에서 살게 한 뒤 트럭 등으로 100~1,000km 거리로 이동시켜 둥지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one-loft racing)으로 행해진다. 경기 중 비둘기들은 맹금류와 기상, 장애물, 전자파 교란 등의 난관도 함께 극복해야 한다. 근년에는 여러 사정으로 그 인기가 다소 시들하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열기가 뜨거워 최소 30만 명의 애호가들이 있다고 한다. 대회도 많고 당연히 상금도 있고, 경주마처럼 좋은 성적을 거둔 비둘기는 선수 혹은 번식용으로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2020년 11월 14일 벨기에의 한 경매에서 당시 2년생 암컷 비둘기 ‘New Kim'이 역대 최고가인 160만 유로(약 21억 원)에, 한 중국인에게 낙찰됐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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