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일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찾은 도널트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회담으로부터 약 6개월 만인 오는 18일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빈 살만이 미국을 찾는 건 2018년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약 7년 8개월 만이다. /AP 연합뉴스 |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실상 최고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약 7년 8개월 만에 미국을 찾아 1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끈끈한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를 자랑했던 두 사람이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계기로 멀어졌던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모습이다. 빈 살만이 미국을 찾은 것은 2018년 3월 트럼프를 만나 대규모 무기 구매 계약을 맺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방산 업계의 ‘큰손’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전략적 동맹이다. 하지만 2018년 10월 사우디 반정부 언론인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는 빈 살만 비판 칼럼을 쓰다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돼 잔혹하게 살해됐다. 트럼프는 당시 빈 살만이 배후로 지목되자 “그를 믿고 싶다” “사우디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그를 옹호했다. 하지만 2021년 취임한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빈 살만을 ‘살인자’라고 하고, 암살을 직접 승인했다는 CIA 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이 사건을 문제 삼으면서 양국은 냉랭해졌다.
AP 연합뉴스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 복원에 나선다. 사진은 2023년 인도 뉴델리 G20(20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빈 살만. |
올 초 재취임한 트럼프는 지난 5월 사우디를 ‘첫 해외 순방지’로 방문하며 관계 개선에 나섰다. 당시 미국과 사우디는 142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의 무기 계약을 체결했다. 백악관은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 패키지”라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반년 만에 재회하면, 양국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는 복잡한 함수가 존재한다. 이번 회담에서도 양측의 관심사는 사뭇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미국의 안전보장’과 ‘무기 인도 이행’을,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5월 계약한 무기 인도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어 불만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우디는 유사시 미국이 군사 지원을 약속하는 방위 협정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사우디로의 첨단 무기 수출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우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국교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 최대 외교 치적으로 삼고 있는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하고 싶어 한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의 관계 개선을 미국이 중재한 이 협정에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모로코가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까지 동참했다. 트럼프는 “많은 나라가 협정에 동참하고 있다. 사우디 참여를 보고 싶다”며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우디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과 수립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할 때 협정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현실적 한계도 크다. 2년간 가자지구 전쟁을 겪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커진 데다, 아랍·이슬람권의 지도자로 여겨지는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에 나설 경우 주변국의 반발에 부딪혀 리더십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이란이 무장 조직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등을 지원하며 쇠약해진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협력이 급하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미 외교·안보 싱크탱크 대서양협의회는 “빈 살만이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명확한 지지를 얻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사우디 측은 “공식 성명 발표 전에 미국과 입장을 일치시켜, 회담 전후 혼선을 방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트럼프 특유의 ‘블러핑(허세)’으로 오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사우디 내부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관심을 방위 협력과 투자로 돌리려는 기류가 강하다. 양국은 미국의 군사 지원 범위를 규정하는 새로운 협정을 논의 중이지만, 당초 사우디가 원했던 조약 수준의 안전보장에서 후퇴한 형태로 알려졌다.
한편 2017년 사촌 형을 밀어내고 왕세자 자리에 오른 빈 살만은 왕족들을 숙청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강화해 왔다. 국왕을 대리해 정치·경제·국방·종교 등에서 독자적 결정을 내릴 수 있어 ‘미스터 에브리싱(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불린다. 현재 80대 고령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을 이어 왕위를 계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서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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