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연습 중 교통사고 당한 60대... 장기 기증으로 5명에 새 생명

뇌사장기기증으로 5명 살린 김남연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마라톤 연습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60대 남성이 장기 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9월 19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김남연(62)씨가 폐, 간, 좌우 신장, 안구를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

김씨는 지난 9월 14일 새벽 마라톤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고인은 이미 2009년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생전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생명 나눔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생애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고 자주 말해 왔기 때문에 유족은 이러한 뜻을 존중해 장기 기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경북 성주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어린 나이부터 생업에 뛰어들었다. 최근까지도 산불 지킴이, 건설 현장 근로자 등으로 일하며 줄곧 현장을 지킨 ‘성실한 가장’이었다고 한다. 주변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던 그는 수화 자격증을 취득해 인근 청각 장애인들을 돕는 데에도 힘써 왔다고 유족은 전했다.

6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건강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45분 안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뒤, 매일 새벽 4시면 집을 나서 17㎞를 약 2시간 동안 달리는 고강도 훈련을 이어왔다고 한다.

고인의 형 김홍연씨는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멋진 생각을 한 동생이 자랑스럽다”며 “모든 것을 주고 갔지만 모든 걸 가진” 동생이 하늘에서 편히 쉬길 기원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에 함께하기 위해 자신들처럼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고 힘들어하는 다른 기증자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기증원은 밝혔다.

[정아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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